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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n 05. 2023

퇴사 후 뭐 해 먹고사나?

창업스토리 1

나에게 의미 있는 삶, 내가 주인 되는 삶을 살기 위해 퇴사한 지 8개월이 흘렀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결국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셀프 재육아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이를 양육하듯 나 자신을 양육했다. 최대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게 하고 그때 느끼는 감정들을 관찰했다. 주변에서 들려주는 피드백에도 귀를 기울였다. 내가 늘 듣는 칭찬, 강점, 약점은 무엇인지 파악하려 노력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할 때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일들을 함께 시도해 보았다. 그 일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N잡러의 탄생이었다. 


처음엔 아는 분들이 영어를 가르쳐달라 하기에 작은 모임을 만들어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나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 그러자고 했다. 그것을 보고 한 지인이 아는 모델이 있는데 그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없겠냐고 물어왔다. 그렇게 난 한국어도 가르치게 되었다. 이 과정들을 통해 내가 티칭이라는 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언어로 자유롭게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며 의사소통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뿌듯했다. 


난 여전히 빠르게 학습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선생님이었다. 그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의 강점이 보였다. 뇌언어학자로서 각 언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언어학습과정에서 효율적인 뇌과학적 원리를 활용하여 티칭 할 수 있었다. 뿐 만 아니라 학습자의 강점과 약점을 빨리 캐치하는 능력이 있었다. 학습자들의 강점은 구체적으로 칭찬하며 격려하고 약점은 학습할 때 어떤 식으로 보완가능한지 해결책을 제시해 주니 학습자들이 금세 변화하는 것 같았다. 가르치는 자로서 학생들의 실력이 바로바로 신장되는 모습을 보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었다. 빠른 효과 덕분인지 소개가 뒤를 이었다. 덕분에 영화감독님 및 제작사 대표님과도 인연이 이어져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전혀 상상치도 못하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며 의식을 넓혀갈 수 있어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시간 소모가 많았다. 제 아무리 시간당 페이가 높다고 해도 당장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수입은 0이 될 수도 있었다.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이렇게 수업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위험했다. 내 사업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한 분으로부터 창업 제안을 받게 되었다. 이전부터 내가 하고 싶던 사업과 결을 같이하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하자고 했다. 하다가 망한다 해도 잃는 게 없었다. 아니 도리어 경험자산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학자로서만 살다 사업가로 마인드셋을 변화시켜야 하는 과정에서 창업 과정을 처음부터 경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너무 좋은 기회라 여겨졌다. 이것을 한 번 겪어보면 창업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부터 브랜딩 및 상품 출시, 마케팅, 판매 과정까지 모두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지난주에 우리는 새로운 상품을 론칭했고 광고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난 온라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야 조금씩 사업가 마인드에 젖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사업화하려 기획하고 있다. 퇴사 후 처음엔 어떤 일을 해야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부여되는 일의 의미가 달라진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나 같이 관심사가 다양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이 의미 있다고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그런 염려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창업이나 사업도 다른 경험과 마찬가지로 여기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일이라 여겨지는 일들로 사업해 보다가 맞지 않으면 또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더 나에게 맞는 사업을 찾아 하면 될 일이었다. 요즘처럼 쉽게 사업이 가능한 시대에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난 specialist이기보다 generalist이다. 관심영역이 다양하고 웬만한 건 웬만큼 할 줄 안다. 그러니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 중에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감탄을 부르고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일을 중심으로 먼저 사업해 보려 한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소개된 것처럼 내가 가진 능력들 몇 개를 조합하면 특화된 상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미래 특정 시기에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 혹은 의미 있다 여기는 일을 찾았을 때 방향을 전환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난 창업도 재양육 과정에 넣기로 했다. 연쇄 창업가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사업을 찾아가고 그것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사업가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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