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푹 잠들지 못하고 자꾸 잠에서 깬다면 뭐가 문제일까? 주변 사람들은 십중 팔구, 불면증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게 이유라고 생각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 잘못된 길이었다는 걸 알고 돌아 나왔으면 쉬웠을 일을 한참 지나서 깨닫게 돼 참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잠이 자꾸 깨는 원인을 불면증으로 속단하면, 전문가의 제대로 된 치료보다 손쉬운 길을 택하게 된다. 보통 수면제나 수면 유도제를 복용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아주 잠깐 나아지는듯 싶다가 이내 다시 도진다는 게 문제다. 원인은 해결도 못하고, 얻은 수면제 플라시보 효과가 오래 갈 리 없다.
그러니까 오밤중에 지속적으로 잠이 깨는 증상은 불면증이 아니란 거다. 정확한 병명은 ‘새벽 각성’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딱 불면증이지만 불면증 외에 노화나 호르몬 문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수면질환이 복합적으로 얽혀 생기는 문제다. 급하다고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원인 한 가지만을 치료했으니 다른 원인은 계속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여러 가지 수면장애로 진료받는 사람이 한 해 평균 68만 명이나 된다. 또 필립스 헬스케어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면 연구에 따르면, 세계 성인의 67%는 밤에 최소 한 번은 반드시 깬다고 한다.
불면증, 새벽 각성 등을 모두 합쳐 부르는 병명은 ‘수면 장애’다. 잠을 자고 싶은데 금방 잠들지 못하는 것도 큰 고통이지만, 쉽게 잠들고 나서 새벽 이른 시간에 주기적으로 자주 깨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이걸 대수롭지 않게 그냥 ‘아침잠이 없다.’로 여기다가는 나중에 더 큰 탈이 난다.
잠은 사실 한밤중에 누구나 잠깐씩 여러 번 깬다. 보통 수면 사이클 사이에 다섯 번에서 일곱 번 정도 깨는 건 정상이다. 심리학자면서 해동 수면 의학 전문가인 셸비 해리스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깼다가 금방 다시 잠들고, 깼었다는 사실을 기억 못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이게 기억날 만큼 그러니까 깼다가 다시 잠들기 어려울 만큼 각성된다는 것은 장애나 질환 차원으로 봐야 한다.
깨는 걸 인지하지 못하면 정상이다. 하지만 자주 깨는 걸 기억할 정도라면,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명백한 ‘수면 장애’다. 이걸 방치하면, 수면 사이클이 크게 흔들린다. ‘새벽 각성’ 증상을 그냥 두고, 개선하지 않으면, 사람은 만성 수면 부족으로 건강까지 해친다. 충분한 시간을 잤는데 낮 시간에 피곤하고, 졸리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밤 수면 시간은 부족해지고, 수면의 깊이는 얕아지게 된다. 일 주일을 기준으로 새벽에 자주 깨는 날이 이틀 이상이라면 그건 병에 가깝고,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새벽각성을 모두 불면증이라 보는 것도 문제다. 원인은 다른 데 있는데 오진하고, 엉뚱한 곳을 치료한다. 처음에 반짝 호전되다가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새벽 각성' 문제를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이나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자가 진단으로 불면증이라 섣불리 판단하고, 수면제나 수면유도제 같은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 향정신성 의약품을 몇 번 복용하고 호전되어 끊으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더구나 향정신성 의약품은 내성 때문에 나중에 더 많은 양의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써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는 불면증의 근본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다. 불면증이 지속되어 아주 괴로울 때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임시방편이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불면증의 근본적인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흉이 된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약물 의존성과 내성을 증가시키고, 장기간 복용하면 치매 위험률까지 높인다. 사용에 신중하자.
불면증은 그 원인에 따라 크게 '기질성 불면증'과 '비기질성 불면증'으로 나눈다. '기질성 불면증'은 두통, 통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특정 질환의 영향으로 발생하고, '비기질성 불면증'은 ① 불규칙한 취침 시간이나 잘못된 수면 습관 ② 교대 근무 같은 수면 환경의 변화 ③ 스트레스 ④ 햇빛 노출 부족 ⑤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 카페인 섭취 등 정신적 심리적 영향이 그 원인이다. 불면증이 생기면 나타나는 대표 증상이 밤에 잠들기 힘든 것과 자다가 깨는 '새벽 각성'이기 때문에 이 둘을 헛갈리는 사람이 많다.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보이면, 불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① 15분 내에 잠들지 못한다 ② 이런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된다 ③ 잠들어도 자주 깬다 ④ 기상 시간보다 일찍 깨어나서 잠이 부족하다 ⑤ 잠잘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느껴진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는 숙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몸의 이곳저곳을 안 좋게 만들고, 결국 잠의 질까지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 부족은 다시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해소 능력을 떨어트려 악순환이 계속된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우리의 신체는 잔뜩 긴장을 하게 되는데, 이때 긴장은 뇌를 깨우는 각성 호르몬인 '크르티솔'을 분비하게 만든다. 그러면 우리는 잠들기 힘들어지고, 자다 깨는 빈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라는 말은 사실이다. 노인들의 경우 뇌에서 수면과 각성을 담당하는 시상하부가 노화되어 수면의 질이 차츰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가장 깊은 수면인 서파 수면 비율이 20퍼센트에서 약 5퍼센트로 이하로 감소하는데, 이게 바로 중년 이후 노년기로 접어들수록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 이유이다. 이외에도 노년에는 퇴행성 관절염이나 비뇨기계통 질환, 만성 질환 등이 생겨 숙면을 방해한다.
호르몬 변화가 있어도 잠든 후 새벽에 잠이 자주 깬다. 특히 여성은 임신을 하거나 폐경 전, 후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불면증을 동반한 수면장애를 많이 겪는다. 특히 갱년기에는 안면홍조를 비롯 배뇨장애, 발한, 불안, 우울 등 다양한 신체 변화가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럴 때 잠들기 힘들거나 새벽에 자주 깨는 일이 일어난다. 원인이 이런데 호르몬 조절에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먹는 건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꼭 수면제가 아니더라도 특정 약물은 각성 증상을 부추긴다. 고혈압 치료제 중 하나인 베타 차단제가 그렇고, 이뇨제, 정신과 약물 중 하나인 항우울제가 그렇다. 이것들은 모두 숙면을 방해하고 잠을 자주 깨우는 각성 증상을 동반한다.
수면 질환이 불면증 하나가 아니란 말씀은 드렸다. 코골이도 있고, 수면무호흡증, 렘수면 호흡장애, 이갈이, 하지불안증후군, 잠꼬대, 상기도 저항 증후군 등 굉장히 여러 가지다. 보통 이 같은 수면장애들은 다양한 신체증상을 유발하고, 우리의 수면을 방해하는 새벽 각성을 부른다.
특히 렘수면 호흡 장애의 경우 2~3시간 간격으로 렘수면이 발생,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 잠에서 깨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도 마찬가지인데, 지속되면 호흡이 불안정해지면서 뇌를 깨우는 새벽 각성이 함께 일어난다.
이렇듯 원인이 위와 같이 다양한데, 단순히 불면증이라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으면, 방법이 틀릴 확률이 높다. 애써서 노력을 했는데, 원인이 치료가 안되니 결국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극단적 비유지만, 진짜는 팔이 아픈데, 발가락에 빨간 약을 발라 준다고 팔 아픈게 낫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수면다원성 검사라는 것을 받아보자. 새벽에 자꾸만 깨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 역시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검사 결과가 건강 문제, 몸의 이상이 아니라면, 마지막 남은 원인은 라이프 스타일이다. 음주 습관이나 흡연,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 등 몸 건강의 원인만큼이나 좋은 수면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다양하다. 희망적인 건 이 생활 습관을 바꾸면 좋아진다는 것이다.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시상 하부의 노화까지 더디게 만들 수 있는 영향을 준다.
미라클 모닝을 통해 아침의 기적을 일으키려면, 무엇보다 짧게 자도 충분한 건강 수면 루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부터 열거하면, 잠자리에 들기 30분에서 1시간 동안은 절대 TV나 전화기 화면을 보지 말자. 주말도 예외 없이 규칙적인 시간에 잠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자. 방안 온도를 가장 이상적인 18도 전후로 맞춰 두자.
수면 전문가 중 한 사람인 크롤은 시계를 보지 말라고 한다. "밤에는 시계가 당신의 시선이 가는 곳에 있어선 안된다. 자다 깼을 때 전화기를 켜서 몇 시인지 봐서도 안된다. 밤에 시간을 확인하면 얼마나 오래 깨어 있었는지, 일어나야 할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해 보게 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나 불안이 생겨 다시 잠들어지기 힘들어진다." 핵심은 시계를 보는 행위가 아니다. 시계 봄으로 생기는 여러분의 마음가짐, 즉 쫓기는 듯한 스트레스와 불안이다.
음주나 흡연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건 그 자체로 아주 나쁘다. 향정신성 의약품처럼 의존성과 중독을 만들어내고, 나중에 필요한 양이 늘어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한 대만 피워도 진정되고, 차분해지는 듯하다가 나중에 연달아 줄 담배를 피워도 계속 불안하기만 해진다. 오지로 캠핑 여행을 떠나는데, 식량보다 먼저 담배 보루를 챙기고 있다면, 큰 문제다.
억지로 잠들려는 것도 좋지 않다. 시간이 돼 자연스럽게 잠드는 게 가장 좋지만 해보면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속마음인 잠재의식을 엄청 꼬드겨야 한다. 이럴 땐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나 상황만 자꾸 떠올리려고 하지 말고, 효용! 그러니까 그렇게 제시간에 잠들고 일어나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쓰임새에 집중하면 좋아진다. 시간 맞춰 마음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15분에서 20분 정도 잠 못 들고 있다면 계속 침대에 있지 말고, 나와 마음을 느긋하게 한 다음 관심을 ‘잠들기’에서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행동을 해보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