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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야 Aug 03. 2023

요정 가루

돌고래 풍선을 가장 좋아했던 너에게,




허름한 포장마차가 눈에 보였다.

날도 마침 덥고 열기도 느껴져서 인지 사람 하나 없었으면서 나는 뭐가 이끌려 들어갔을까


그곳에서 나는,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자 했다.

“이모, 떡볶이 1인분이랑 순대 1인분 포장해 주세요”

이윽고 이모는, 튀김이 많이 남고 안 팔리니 서비스를 주겠다고 했었고, 그 튀김기 옆엔 피카츄 돈가스가 있었다.


“어? 피카츄가 요즘도 있네요?”

“아가씨, 이거 알아? 아가씨도 나이 많이 먹었네~”


어릴 때 양념 버무려 먹었던 그 피카츄 돈가스 한 개 약 천 원이었는데,

당시 과자가 5백 원 정도쯤 했던 시절

초등학생인 내가 너무 비싼 하루 소비였기에 어쩌다일주일에 한두 개 아쉽게 마무리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모 이거 하나도 같이 주세요,

하고 나서 “아니다, 10개 주세요!” 하고 당돌하게 외쳐 버렸다. 당일 다 먹지 못할 것도 알았다, 그냥 욕심부리고 싶었다.


어느 날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어 근무했던 원내 아이들에게 소소하게 나눠먹고 싶을 과자를 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보인 새콤달콤을 종류별로 사간적도 있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욕심이 많았나,

이렇게 충동구매를 하던 사람이었나 시무룩하다가도 왠지 모를 쾌감이 참 묘했다.


그리고 얼마뒤 포켓몬빵이 대란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내게 포켓몬빵에 대해 물었고, 이러한 추억을 함께 회상했었다. 재고가 많이 풀린 시점에 두어 개 사본 경험은 있었으나 썩 즐겁지 않았다. 마치 피카츄 돈가스와 새콤 달콤같이 예전처럼 맛있고 아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적인 욕구와 소비 기준이 바뀌어 버린 나를 마주한 순간이었나 보다, 이러한 나의 심리를 정의한 유사 용어를 찾게 되었다.





키덜트

이는 현대 성인들이 추구하는 재미(Fun), 유치함(childish), 판타지 등의 가치가 대중문화의 하나로 나타난 콘셉트 커뮤니케이션으로 알려져 있다.


‘어른아이’라는 말과 같았다.

이 단어는 사회적으로 독립심이 부족하고 결단력이 없는 나약한 어른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 재미있게 스스로가 즐기려는 성인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어른아이’들을 ‘키덜트(kidult)’라 했다.


현대 성인들의 각박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심리 상태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내가 찾고자 하는 나의 투사였다,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를 타의적 요소 혹은 타인에게 무의식적으로 원인을 돌리는 심리현상을 ‘투사’이라고 하며, 이는 대부분 나의 작업과 연결된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옛 어린 시절의 환상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회현상이라 칭하고 있었으며 나는 이러한 개념을 투사했고, 이를 최근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짱구”라는 만화를 여전히 좋아한다.

자라지 않은 짱구는 마치 언젠간 잊지 않고 살아야 할 나의 동심 같았고, 어릴 적 나를 회상할 수 있게 떠올릴 수 있는 소재기도 했다. 포켓몬빵 못지않게 짱구 랜덤 키링이 유행을 했을 때 한 개 2500원이나 해서 아이들이 머뭇거리며 사지 못할 때,


저 혼자 대형 마트 오픈 시간에 가서 한 팩을 사버렸던 기억이 난다. 한 팩에 23개나 들었음에도 짱구가 딱 한번 나왔지만,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자랑스럽게 달고 다닐 만큼 뿌듯했다. 맹구가 세 번이 나오는 바람에 아직 액션가면 짱구키링은 모으지 못한 점이아쉽게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디즈니에서 다양한 재해석, 혹은 실사화된영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람자의 연령대는 아마도 내 또래가 아닐까 싶다, 어릴 적 봐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또렷한 기억과 환상은곧 영원한 동심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디즈니라고 해도 어른이 된 시점에서 다시 관람하면 다르게 보일 때가 많았다.


무모했던 인어공주, 제법 강인했던 자스민,

자립성이 없는 백설공주, 독립성 없는 신데렐라 등

종종 이러한 이면이 내게 다시 당황스럽게 다가왔던기억이 난다. 나는 피터팬이 가장 흥미로웠다.


피터팬 증후군/ 팅커벨 증후군


“피터, 너와 달리 난 이제 곧 어른이 될 거야”

그러자 피터가 웃으며 말했다.

“오, 웬디 세상에 어른이란 건 없어. 그저 천진한 아이와 천진함을 잃은 아이만 있을 뿐이야 “


한 때 나는 웬디가 되었다,

세상은 나를 위해 준비를 해주지 않았고,

그렇게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생일이 빨랐던 나는 너무나도 금방 성인이 되었다.

사회에서 부여한 “성인”은 너무 무거웠고 여전히 두렵다. 알려주지 않은 것들 투성이에 내가 지어야 할 책임은 무수했으며 권리 또한 두려울 때가 많았다.

피터팬/디즈니

실제로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존재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했다. 한번 정도는 상상했다,

만약 네버랜드라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말이다.


인간의 수명이 증가하고 생애주기가 길어지고 있으며, 각기 행복을 찾는 요인 또한 다양하고 존중받고 있는 자유화 시대에서 나 또한 일종의 나의 행복을 찾는 방식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책임을 회피하고 사회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나의 어릴 적 동심과 상상을 마냥 잃고 싶지 않았고, 어린 시절의 향수가 반갑고 그랬다. 어쩌면 레트로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사회적 유행도 이러한 감성의 일환일까?


국내에서는 어른이 되어도 취업이 어려워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회 진출과 결혼을 미루는 등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도피이자,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 경쟁 등 개인에게 기대되는 것이 많아지는 시대이기에 갑자기 많은 것을 해내라는 기대를 받으니모든 것을 회피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다,

졸업 전시 심사를 앞두고 서류와 면접을 반복하며 바삐 지냈다.

그만큼 힘들었지만 스스로 관심 연구 분야와 진로적고민이 다지게 되었고, 그렇게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회가 정한 여성은 약 25세 이후부터 4년제 대학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30세 초반 결혼을 하는 등의 대략적인 기준을 탈피하고 지금의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성장하고 싶다. 하고 싶은게 많은 만큼 책임 지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나의 큰 꿈은 엄마다,


어린 나는 돌고래 풍선을 가장 좋아했으며,

색깔 중엔 보라색을 그리고 책을 다 읽으면

꼭 그 책에 그림을 이어서 그리거나 늘 일기를 쓰는 등의 그런 말괄량이 딸의 취향을 모두 알 수 있고,


일찍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음을 발견해 줄 수 있었던 엄마 말이다.


피터팬/디즈니

잃어버리지 않은 나의 동심을,

나는 오늘도 캔버스에 얹어보았다,

나의 요정가루 말이다.

피터팬은 요정가루 없이 날지 못했듯이

나 또한 스스로 나를 비추고 알 수 있었던

성찰 없이 용기 있게 비상할 수 없었고,

반짝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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