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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Jan 14. 2024

단어 18

: 영국

혼자서 불쑥 영국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어디를 놀러 돌아다닌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뭘 해야 하는 게 좋을지는 잘 몰랐다. 대영 박물관이랑 테이트모던이랑 버킹엄 궁전은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갔다.


그날이 둘째 날이었나 셋째 날인가는 기억은 안 나는데 아침에 오늘은 테이트 모던에 가자 생각하고 한 열 시쯤인가에 나갔다. 가서 본걸 말하자면 주제에서 너무 벗어나서 얘기가 또 산으로 갈 테니 생략하고... 무튼 잘 보고 나왔다. 계획한 게 딱히 없어서 박물관 앞에 담벼락 같은데......였나..... 에 앉아서 있었다.


눈앞에는 왼쪽에 테이트 모던 건물이 약간 빛바랜 갈색으로 있었고 날이 맑아서 하늘이 되게 파랬고 구름은 조그맣게 떠 있었다. 저기 멀리 서는 크레인이 있었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멍하게 보고 있었다. 한참 보다가 어디라도 가야겠지 싶어서 사치 갤러리를 가야겠다 생각하고 갔다.


전시가 안 좋았던 건 아니었는데 하루에 전시를 두 개를 보자니 좀 힘들긴 했다. 뭔가 좀 설렁설렁 보고 나왔다. 주변이 건물도 그렇고 예뻐서 좀 걷다가 정류장 벤치가 보이길래 앉았다. 또 멍하고 건물 색깔이랑 벽돌 모양을 바라봤다. 발 밑에 나뭇잎이 떨어져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노트를 꺼내서 그 나뭇잎 하고 바닥을 열심히 그렸다. 다 그리고 나니 숙소까진 또 어떻게 가나... 하고 한참 멍하니 있었다. 왜 힘든가 생각해 보았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랬구나 가는 길에는 뭘 좀 먹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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