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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Jul 24. 2023

비가 오는 제주

날씨가 중요한가요 마음이 중요하죠

제주도에 온 지 6일 차입니다. 오전에는 빨래방에 가 밀린 빨래를 하고, 몇 년 전부터 나 혼자 단골이었던 카페에서 스페셜티를 마셨습니다. 중문에 머무른 4일 동안 세 번 방문했으니 얼마나 좋아하는 곳인지 아시겠죠?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저지만 그 집 커피만큼은 밤을 새울 각오로 먹습니다. 이곳을 유독 더 사랑한 이유는 아름타운 티잔들 덕분입니다. 티잔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저에게는 눈도 입도 만족시켜 주는 이 공간이 행복할 수밖에 없죠.

제주 중문에 있는 스페셜티 전문점 ‘마노 커피 하우스’ 입니다

 어쨌든 제주에 오고 나서 날이 좋았던 적은 없어도 비는 밤에 내리고 낮에는 흐렸는데 오늘은 기어코 비가 쏟아졌습니다. 계획했던 카약도 타지 못하고 계곡은 위험해서 통제 중이더라고요. 한 시간이나 걸려서 갔지만 별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전 카약이 별로 타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어제 새로 발견한 카페에 오늘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빗속에서 다시 한 시간을 운전했습니다.

새로 발견한 카페는 좀 더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잔을 고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티팟세트 메뉴를 고르면 티잔과 티팟을 고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비슷한 느낌의 애프터눈 티 가게에 간 일이 있었는데, 그때의 추억도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카페 vow 제주중문점

누군가는 제주도까지 가서 카페 타령이냐 하시겠지만, 취향에 맞는 장소를 늘려간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닐까요?

지금은 화려한 찻잔과 티팟에 루이보스를 베이스로 한 맛있는 차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주 하면 바로 떠오르는 푸른 바다는 보지 못했지만, 푸른 잔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취향을 갈고닦는 데는 노력과 시간과 돈이 듭니다. 항상 적당한 수준에서 흥미를 잃곤 했는데, 이번 여행지에서 예쁜 티잔을 경험하고 나니 또 제 취향을 발견하러 가고 싶어 졌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정말 싫은 날이었는데, 차 한잔으로 이렇게 운치 있는 날씨가 되다니 신기합니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느긋하게 차나 마시고 책이나 읽으며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 이런 여유인가 봐요.


모두에게 평안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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