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디 Jun 19. 2024

칼 라르손

(스웨덴 국민화가)


스웨덴 국립 미술관에 사연이 있는 위대한 국민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계단이 좌우에 펼쳐지고 장엄한 대작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한겨울의 희생’이다. 북유럽 전설이 된 스웨덴 왕 ‘도말데’가 한겨울 기근을 피하기 위해 인신공양 의식을 진행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고대 웁살라 신전에 각각 기근, 전쟁, 결혼의 신이 있는데 이중 기근을 담당하는 신이 가장 힘이 세어 나라에 기근이 들면 그에게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드디어 제사장이 손을 들어 의식을 진행하고 제물이 될 사람이 하얗게 질려 있다. 집행자가 칼로 그를 죽이려 하자 왕이 벌떡 일어나 스스로 옷을 벗는다. 그는 더 이상 백성을 희생할 수 없으니 자신을 죽이라 명한다. 왕이 나체로 등장하고 인신 공양이라는 미신적인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은 논란이 있었고 국립 미술관은 작품 인수를 거부했고 1987년 소더비 경매를 통해 일본으로 팔려 갔다. 1992년 스웨덴 국립 미술관 개관 200주년을 맞이해 이 그림을 그린 ‘칼 라르손’ 화가 헌정 전시회에 일본에서 빌려온 이 작품도 있었다. 백성들을 위해 수치심도 잊은 채 희생하는 왕의 모습에 감동하여 작품을 되찾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5년간 노력 끝에 다시 스웨덴 국립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거부당한 지 82년 만이다. 


 








북유럽 화가들의 이름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작년부터 미술 관련된 책을 가끔 사서 보는데 ‘미술관을 빌려 드립니다’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더블북출판사. 손봉기 지음. 그중에서 스웨덴의 국민화가인 ‘칼 라르손’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부부가 모두 왕립 미술 아카데미 출신으로 유산으로 받은 2층짜리 별장을 자신들만의 취향을 듬뿍 담아 30년 동안 7번에 걸친 대공사를 해가며 계절에 맞춰 화분이나 커튼 등을 바꾸며 끊임없이 집을 가꿨다고 한다. 부부의 사랑을 받은 이 집의 대부분이 칼 라르손 작품의 배경이 된다. 


 


영상이 올라와 있어 보니 사이좋은 부부가 8명의 아이들, 그리고 태어난 손주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데 별장 바로 옆이 호수여서 보트를 타고 거기다 그림 그리기 위한 캔버스와 그림 재료를 싣고 호수 중간까지 가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 부인이 귀여운 손녀들을 데리고 뜰에서 앉아있는 모습을 그리는 장면-물론 아이들이 엄청 움직인다-, 뜰에 식탁을 가져다 놓고 식사를 하는 장면 등 소소하고 단란한 화가 가족의 모습이 영상에 재밌게 펼쳐져 있었다. 한참 동안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표정이 다들 밝다. 


 








칼 라르손은 ‘한겨울의 희생’ 같은 무거운 주제의 작품도 그렸지만 대부분 집을 무대로 한 ‘부엌’ ‘아늑한 모퉁이’ ‘작은 소녀들의 방’등 대다수가 따뜻하고 편안한 작품을 그렸다. 소파에서, 침대에서, 풀밭에서 포근함이 느껴진다. 다른 스웨덴 화가들의 작품은 겨울 왕국인 북유럽의 기나긴 겨울의 차갑고 무거운 풍경을 그린 게 많은데, 칼 라르손은 빛으로 휴식 공간을 보여주는 작품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실제로 칼 라르손은 딸들의 방에 놓는 가구를 직접 고르고 연출했고, 아내 카린은 커튼, 침대, 아이들의 옷까지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집안의 인테리어가 곧 예술이라고 했는데 그녀가 만들어 직접 그린 작품은 실용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기초가 되었다니 놀랍다. 개인의 취향이 한 나라 스타일을 이끈 셈이다.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창시자 캄프라드는 칼 라르손 부부의 가구와 인테리어가 이케아의 정신적 뿌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우리 집 식탁도 얼마 전 ‘이케아’에서 구입했다. 사랑이 넘치는 부부가 창조한 세계를 이케아가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린과 함께 꾸민 집과 내 가족에 대한 추억 


그리고 그들을 담은 작품들이 


내 인생의 최고의 작품이다




칼 라르손






 


칼 라르손 부부를 보니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라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곡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가족과 집이 있는 한, 매서운 스칸디나비아의 한풍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칼 라르손 부부는 그들의 인생과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칼라르손 #미술관을빌려드립니다 #카린 #손봉기


#스웨덴 #이케아 #스칸디나비아 #한겨울의희생


#북유럽 #겨울왕국 #아늑한모퉁이 #부엌 #작은소녀들의방


#캄프라드 #미술관도슨트 #스웨덴국립미술관 #웁살라신전


#기근전쟁결혼의신 #제사장 #인신공양 #도말데  #82년만




작가의 이전글 소크라테스의 변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