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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un 27. 2024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색채의 마술사)


그림책을 좋아해 집중해서 본 적이 세 번 정도 있었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시절이고, 두 번째는 20대 때 유명 작가의 작품을 최고의 그림책 작가가 삽화를 넣어 그린 작품들을 알게 되면서였고 마지막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오거나 사서 읽어 줄  때였다. 그중 두 번째로 집중하게 되었을 때 만나게 된 그림책 작가가 바로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영국 작가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이다. 그림책 표지부터 색채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노란색은 그냥 노란색이 아니고, 빨간색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화가들이 모두 자신만의 개성으로 색깔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듯 그림책 작가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색채는 독특하고 세련되고 환상적이다.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때 보았던 작품은 이께다 다이사쿠 작가의 눈나라 왕자님, 달님과 공주 동화에 브라이언이 아름다운 삽화를 넣은 그림책이었다.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국 관계자의 권유로 원고를 받아본 브라이언은 ‘사랑, 유머, 자애, 진리, 공감, 정의와 같은 어린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감정과 신념이 아름다운 말로 씌어 있었다’라고 하며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20년이 넘은 지금도 색색별 잠옷을 입은 공주가 무지갯빛 토끼를 따라 환상적인 노란빛으로 만들어진 달을 찾아가는 그림이 아른거린다. 눈 나라 왕자님 그림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들의 용기를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보게 하고 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마침내 두 아이에게 소박한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한 번만 읽어주기에는 아까워 여러 번 읽어준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는 아이들이 다 컸을 때 책장을 정리했는데 그때 다른 책들과 같이 정리가 되었는지 지금은 그의 그림책이 집에 없다. 가끔 그가 남긴 색채의 향연이 보고 싶다. 


그는 평생에 걸쳐 아름다운 말과 절제되고 리듬감 넘치는 문장과 환상적인 색채로 그림책을 만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8백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의 이력을 보면 참 특이하고 재밌다. 그는 1930년 영국 요크셔주의 한 도시에서 광부인 아버지와 괴짜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났다.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탄광촌답게 주변 환경이 온통 회색빛이라 브라이언은 늘 머릿속으로 색깔을 상상했다고 한다. 이 부분이 참 특이하다. 보통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풍부한 자연환경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그 말이 과연 맞다는 생각이 드는데, 브라이언은 거꾸로 색깔이 없는 곳에 살면서 상상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색채를 창조해 마술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환경보다 인간이 가진 상상력이 더 힘이 세다고 할 수 있으리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인데 인간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가다. 풍부한 색깔이 있는 곳에서는 그걸 그냥 받아들이지만 색깔이 없는 곳에서는 상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빨강 머리 앤’이 단조로운 집을 멋지게 상상한 것처럼 말이다. 


그는 ‘ABC’라는 그림책으로 영국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케이트 그리너 웨이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고 이후 45년간 80여 권의 그림책을 그렸다.






 ‘책은 어린이가 예술을 처음 만나는 길이고, 


이걸로 세상에 뭔가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은 친절, 연민, 우정, 아름다움 같은 가치를 


공유할 기회를 줍니다’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라고 말한 대로 사람들을 위해 평생에 걸쳐 그림책을 그리다가 2016년 눈을 감았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본에서는 그의 미술관이 이즈코겐에 문을 열기도 해서 150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하기도 했고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전시회와 강연 투어가 있었는데 조국인 영국에서는 2010년 이전까지도 전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가진 위대함을 간과할 때가 있다. 가까운 사람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사진으로 보는 거보다 실제 그림책을 보면 색채의 선명함에 놀란다. 



#브라이언와일드스미스 #색채의마술사 #달님과공주 #눈나라왕자님 #벚나무 


#모세이야기 #아기숲오리 #개에게뼈다귀를주세요 #브레멘음악대


#데이지 #산양을따라갔어요 #부자와구두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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