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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ul 20. 2024

비트겐슈타인의 삶에 대해

죽음을 직시하는 삶

어제 인문학 향기 독서 모임에서 김종원 작가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작가의 해설 그리고 마음에 새기고 필사할 문장을 다룬 감동적인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알지 못했다. 책을 읽다 보니 철학자가  쓴 책이 보고 싶어 도서관에 가서 ‘논리-철학 논고’를 펼쳐보았다. 책은 아주 얇았고 첫 장을 펼치니




1. 세계는 일어나는 모든 것이다. 1.1 (내용) 1.11 (내용) 이런 식으로 쓰여 있었다. 그렇게 해서 ~~ 


마지막 7.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지난번 플라톤이 기록한 소크라테스 철학도 몇 번을 읽어야 겨우 조금 이해가 갔는데, 이 철학자의 이야기는 당최 더 모르겠다. 도움이 될까 해서 유튜브로 검색하니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여러 채널의 내용을 들으니 아주 조금 이해가 될까 말까 했지만 머릿속에서 정리는 안 됐다. 그리고 철학보다는 그의 인생이 흥미를 끌었다. 




그는 188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철강 재벌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음악 후원가이자 피아니스트였으며 5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 수저였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브람스, 슈만, 말러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막내 형도 피아니스트이고 비트겐슈타인은 클라리넷 연주를 수준급으로 했다 한다. 고등학교 1년 후배가 히틀러라고 하니 운명의 장난이다. 한 사람은 인류에게 위대한 철학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인류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희대의 악인으로 남았으니 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세 형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 어떤 이유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 환경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어릴 적부터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기계공학을 연구하다 관련된 수학 문제들에 흥미를 갖게 되어 버트런트 러셀의 ‘수학의 원리들’을 읽게 되고 그를 찾아가 자신에게 철학적 재능이 있는지 묻고 논문을 제출하는데, 첫 문장에서 천재성이 확인되어 철학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군에 입대한다. 이때 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대표인 ‘논리-철학 논고’를 위한 노트 작성을 시작하며 톨스토이와 니체의 책을 품고 다녔다고 한다. 특이한 건 다른 사람들은 꺼리는 최전선에 보내달라며 그 전쟁터 속에서 계속 사유하고 글을 써 내려갔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자살 충동에 시달렸으니 전쟁터에 가면 자살하지 않고도 죽을 수 있으니 입대한 거라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충동에 시달려도 극한 상황이 되면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없는 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이탈리아군의 포로가 되는 상황에서도 글을 써서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글도 완성하여 출판한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되는데 다른 형제들과 예술가들에게 거의 다 기부한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도 하고 ‘초등학교 낱말 사전’까지 만든다. 그 이후 다시 대학에서 철학 강의도 하게 되고 끊임없이 논문을 쓰고 발표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철학에 오류가 있었다고 말하고,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대표하는 책 ‘철학적 탐구’를 쓰기 시작한다. 전립선암을 선고받고도 구술로 책을 완성한다. 유언장을 작성하고 색채의 문제와 확실성의 문제에 관해 1951년 4월 27일에 마지막 부분을 쓰고, 바로 쓰러져 4월 29일에 타계한다.


타계하기 전 유명한 말


 "사람들한테 내 삶이 아주 멋졌다고 전해주세요"

                

를 남겼다. 이제 겨우 이 철학자를 알게 되었고 그의 철학은 잘 모르지만 생애를 알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구술로라도 책을 완성하고 쓰러지기 전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모습에서 이미 오래전에 그런 충동은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충동이 있었기에 죽음을 직시하며 삶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밑바탕이 되는 철학을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연구하고 파고들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형들이 안타깝게 저버린 인생을 


'내가 살아봐 주겠다!'

라는 의기가 넘쳤을는지도 모른다.

 ‘그래 인생아! 덤벼 봐! 내가 살고 또 끝까지 살면서 파헤쳐 주마’

라고.


그리고 몸소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자신이 깨달은 철학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이 멋졌다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치열하게 살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과연 죽음의 순간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인문학 독서 모임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을 알게 되어 행운이다. 더 정확히는 그의 인생을 알게 되어 행운이라고 하는 게 맞다. 단순히 사람들이 말하는 천재 철학자라서가 아니라, 죽음을 직시하면서 살아낸 삶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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