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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ul 07. 2024

장 크리스토프

베토벤의 생애

청춘 시절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면 그때 느꼈던 감동과 벅차오름이 세월에 바래지 않고 더 선명해지는 듯하다. 청신한 생명에 새겨진 감흥 이어서일까.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가 그랬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개로 월급을 타면 기쁜 마음으로 서점에 가서 책을 사들고 왔다. ‘장 크리스토프 1,2,3권’-굉장히 두꺼웠다.-을 다 읽고 덮을 때의 감격이 잊히지 않는다. 베토벤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학교에서 이름만 외우던 그 베토벤이 아닌 인간 베토벤의 모습에 한층 다가간 작품이었고 그의 음악이  새롭게 들리게 된 계기가 됐다. 


 작가 로맹 롤랑은 베토벤을 평생 동안 경애하고 사모했다. 그는 프랑스 출신으로 파리에서 고등학교에서는 예술사를, 소르본 대학에서는 음악사를 가르쳤다. 음악에는 정통한 사람으로 특히 베토벤을 좋아해 대하소설 ‘장 크리스토프’, ‘베토벤의 생애’ ‘괴테와 베토벤’ ‘베토벤, 위대한 창조의 시기:에로이카에서 아파시오나타까지’등 베토벤 연구서를 여러 권 집필했다. 1904년부터 1912년까지 쓴 ‘장 크리스토프’로 191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주인공 크리스토프는 독일 라인강 변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성장하는 천재 음악가이다. 실제 베토벤은 라인강 변 본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후에는 오스트리아 빈과 변두리 지역에서 살았다. 이 소설의 주제는 어떤 역경에도 기가 꺾이지 않고 인간 완성을 목표로 하여 악전고투하는 영혼을 표현하고 있다. 


 



“훌륭하게,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힘으로 어떤 불행도 견뎌낼 수 있음을


나는 입증하고 싶다”


-베토벤 1891년 2월 1일 빈-



또 다른 작품 ‘베토벤의 생애’ 서문에서 로맹 롤랑은 이 말을 시작으로 세계 제1차 대전이 일어나기 얼마 전의, 무거운 공기가 드리워진 당시 유럽의 사악한 분위기를 걱정해 베토벤을 떠올리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온 세상은 조심스럽고 비열한 이기주의 속에서 질식해 죽어가고 있다. 숨이 탁탁 막힌다. 이제 창문을 다시 열어젖히자. 자유의 공기를 들여보내자. 영웅들의 숨결을 들이마시자”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난과 신산스러운 가정사와 산더미같이 쌓인 어리석은 할 일에 짓눌려 힘을 빼버린 사람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고 위안조차 품지 못하니 구원할 친구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영웅적인 친구를 모아보려 한다며 소리를 다루는 음악가가 난청을 극복하는 ‘베토벤의 생애’를 쓰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소설 ‘장 크리스토프’는 개인의 삶과 예술, 인간의 고뇌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여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또한 이 작품은 사회소설로서 신랄한 문명 비판도 하고 있다. 일종의 유럽 공화국 구축을 꿈꾸던 작가의 이상소설이라고 한다. 결국 그의 이상대로 지금은 유럽이 하나가 되었다. -처음 유럽을 하나로 제창한 사람은 쿠덴베 칼레르기 백작이었다. 1914년 독일과 프랑스의 청년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전쟁터로 나갈 때 20살 나이에 민족주의를 비판했다. -로맹 롤랑처럼 유럽의 진정한 평화주의자들은 일찍부터 범 유럽을 외쳤다. 로맹 롤랑은 어떤 단순한 교훈이나 이상주의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진정한 인간주의를 외쳤던 것이다. 장 크리스토프를 읽고 바로 ‘매혹된 영혼’도 읽은 기억이 있다. 


 

로맹 롤랑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스위스에 머물며 적십자사에서 일하면서 평생을 평화주의자로 일했다고 한다. 그는 ‘미켈란젤로의 생애’ ‘톨스토이의 생애’ ‘마하트마 간디’등 그의 말대로 위대한 영웅을 계속 불러들여 책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조금만 힘들어도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쉽게 들리기도 한다.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고 무언가 빨리 성취해야 될 거 같고 돈을 더 벌어야 할 거 같고 조금 손해 보면 바보 취급 당하는 거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베토벤이 살았던 때, 로맹 롤랑이 살았던 때와 지금 시대는 엄청난 격차가 있지만 사람들 마음의 흐름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마음속 깊이 불행하지 않은 이가 누구란 말인가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성스러운 고통의 연고를 발라주자. 


이 전투를 치르고 있는 사람이 우리만은 아니다.”


로맹 롤랑


라고 하면서 로맹 롤랑은  불행을 극복한 베토벤에게서 영감을 얻자라고 말하고 있다. 베토벤의 음악과 생애가 로맹 롤랑의 문학으로 멋지게 재조명되고 탄생했다. 그리고 감사하게 나는 그들의 작품을 듣고 읽는다. 그러면서 마음이 한층 고무된다. 장크리스토프를 생각하며 도서관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7월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나를 향해 시원하게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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