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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ul 07. 2024

달과 6펜스

폴 고갱의 삶

작년 독서 모임 고전 읽기에서 영국 작가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었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만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읽을 기회가 왔다.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책의 내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고 마지막 장면은 충격이었다. 모임 지기들과 책에 대해 썰전을 벌이기도 했다. 화가 고갱과 작가 서머셋 몸을 동시에 알게 됐다. 


 고갱에 대해 글을 쓰진 않았지만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 백일백장에 몇 번 글을 올렸는데, 기수 장님이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같다고 하시며 마지막 합평회 때 ‘내가 사랑한 화가들’ (나무의 철학. 정우철 지음)을 선물해 주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바로 책을 펼쳐보니 ‘3장- 배반, 세상의 냉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화가들 편’에 폴 고갱의 그림과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과연 달과 6펜스의 가상의 주인공과 실제 주인공이 어떻게 다른 지 궁금했다. 읽고 그나마 조금 다행스러운 건 실제 주인공이 가상의 주인공처럼 비극적으로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사람들이 명화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언제부턴가 전시회를 다니면서 그림 보는 게 좋아졌다. 잘 몰라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좋고, 그림에 담긴 스토리를 좋아하게 됐다. 


 폴 고갱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라고 불리는데 그 단어가 의외의 이유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네, 르누아르, 모네 등이 전시회를 열었는데 어느 비평가가 인상만 그려놓은 거 같다고 조롱한 일을 계기로 인상주의가 만들어지고 1920년 고갱, 세잔, 고흐 전시회가 열릴 때 아직 무명이었던 그들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성공을 거두었던 인상주의라는 전시를 본 따 후기 인상주의라는 말을 만든 이후로 그 말이 계속 쓰이는 것이라 하니 재밌는 일이다. 


폴 고갱은 달과 6펜스에서의 스트릭랜드처럼 평일엔 주식을 팔고 주말에는 그림을 그렸다. 돈을 많이 벌고 생활이 안정되자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인상파 작가들은 밖에 풍경의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표현해 내는 게 특징인데 고갱은 이 스타일을 흡수했다. 일과 취미를 병행하던 어느 날 프랑스 증권 시장의 붕괴로 실직을 하고 고갱은 본격적으로 화가가 되기를 선언한다. 달과 6펜스에서는 스트릭랜드가 일이 망해서 화가가 되는 게 아니라 그림과 사랑에 빠져 가족을 버리고 화가로의 삶을 살면서 이기적으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데, 고갱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림을 선택했다. 그와 가족은 아내의 친정에 머물게 되면서 주변에서 엄청난 무시를 당한다. 그 가운데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데 자신감 없는 눈빛이 흥미롭다. 이때의 자화상과 타히티 섬에 가서 오로지 그림에 빠져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있는 모습의 자화상과 마지막 나이가 들어 세상의 풍파를 견뎌낸 자화상의 눈빛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소설의 스트릭랜드는 가족을 버린 것에 대해 사람들이 비난하자 이렇게 말한다.


“17년이나 가족을 위해 먹여 살리고 일했으면 됐지 


얼마나 더 그렇게 해야 합니까?”


-스트릭랜드의 말-


이 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가끔 가족들에게 의무적으로 음식이나 도와주어야 할 일이 생길 때 몇 번 써먹었다. 



어린 시절 페루에 살았던 때를 떠올린 그는 강렬한 색을 찾아 프랑스령의 끝단인 브르타뉴의 퐁타방으로 간다. 거기서 자신만의 색을 찾는 작업을 집중한다. 녹색 잔디를 빨갛게 그리는 등 사람들이 정한 색깔과 다르게 그리자 전시회에서 비난을 받는다. 


“그동안의 색은 모두 우리의 고정관념입니다. 바다는 파란색, 나무는 갈색, 


누가 이게 정답이라고 정한 거죠? 


화가는 자신이 느끼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됩니다”


폴 고갱


이렇게 멋진 말을 하다니.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에서 순교자와 야만인 사이에 있는 예술가로서의 본인을 표현한다. 자신의 그림을 찾으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간 듯하다. 그리고 저 유명한 고흐와 만나 함께 그림을 그리다 결국 헤어지고 드디어 타히티 섬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완전히 자신만의 색을 찾아낸다. 그러나 여러 불행이 겹치면서 자살을 하려고 약을 준비해 놓고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대박이 난다.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막다른 모퉁이에서 의외의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 1898년 작품

그는 다시 살게 되었는데 재밌는 게 파리에서는 ‘웬 화가가 자기 인생을 걸고 원시 문명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파리로 보내고 있대’라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서 말 그대로 그는 죽는 날까지 사람들의 환상을 깨지 않고-자의 반 타의 반-그림을 그린다. 죽기 얼마 전 그는 후원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의 능력으로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뭔가를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고갱은 자신의 예술을 완성함으로써 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고 앙리 마티스 등 대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실제 서머셋 몸은 그의 삶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가 살았던 파리, 페루, 퐁타방, 타히티까지 찾아다니며 자료를 얻고 지인을 찾아 이야기를 들으며 ‘달과 6펜스’라는 위대한 고전을 탄생시켰다. 달은 고갱이 다가가고자 했던 이상을 뜻하고 6펜스는 화폐단위로 현실이라는 해석이 있다. 나도 이 책 덕분에 고갱을 알게 되었으니 서머셋 몸에게 감사할 일이다. 



문학과 미술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로따로 분리된 게 아니고  사실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문학에도 미술에도 작가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 담겨있고 그것은 마침내 거대한 힘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흐름을 이룬다. 


#폴고갱 #달과6펜스 #우리는어디에서왔는가 #타히티섬


#퐁타방 #페루 #서머셋 몸 #파리 #후기인상주의


#환상 #자신의색 #앙리마티스 #고흐 #테오#주식 #스트릭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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