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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un 30. 2024

소크라테스의 향연

에로스에 대한 심포지엄

2인문학 향기 자기 계발 모임 4차시는 소크라테스의 ‘향연’에 대한 시간이었다. 이로써 소크라테스에 관한 시간은 마무리되었다. 인류 4대 성인이고 어릴 때부터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직접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읽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다. 고대 철학자는 아득한 시간의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축의 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인류에게 빛을 비춰준 성인이었다. 


 크리톤, 변론, 파이돈을 읽을 때는 어려운 문장과 뜻을 알아내려고 숲은 보이지 않고 나무만 보느라 전전긍긍했다. 소크라테스 특유의 대화법이 너무 생소하고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 향연에서는 숲이 보였고 철학자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계속해서 일깨우려고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하고 있었다. 결코 일방적으로 ‘나는 다 아니 너희들에게 가르쳐 줄게’의 오만한 방식이 아니었다. 그가 제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의 방식이기도 하고 진정한 철학에 다가가게 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술 한 잔을 하면서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기탄없이 말하는 심포지엄 형식으로 토론하는 향연을 많이 즐겼다고 한다. 고대 사람들의 로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향연에서는 ‘에로스’에 대해 제자들과 소크라테스의 의견과 철학이 기술되어 있다. 먼저 모임에 참여한 작가님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에로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향연을 읽지 않았다면 ‘에로스’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걸로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향연에서 말하는 사랑의 범위는 아주 광범위하고 차원이 높은 것이었다. 나는 나와 가족 간의 사랑, 스승에 대한 사랑, 자연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지난겨울에 전시 관람했던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사랑’이라고 했다. 그의 그림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림에서 뿜어져 나옴을 느꼈다. 


 먼저 에뤽시마코스는 ‘에로스’에 대해 두 종류로 이야기한다. 적절한 중화 일치 조화 사랑 건강과 구애 등에 대해 말했다. 파우사니아스는 육체의 쾌락을 좇는 에로스가 아닌 영혼의 덕을 함양하는 에로스를 말했다. 극작가 아가톤은 인간에게 있는 모든 좋은 것들의 원인으로서의 에로스를 찬양한다. 젊음, 부드러움, 절제, 친밀함. 아리스토파네스는 특이한 이론을 말한다. 원래 오래전에는 사람이 남남, 여여, 남녀추니(한 몸)의 상태로 존재했는데 신의 노여움을 받아 반으로 쪼개져 자신의 반쪽을 찾으려고 사람들은 사랑을 찾는 거라고 말했다. 독특하고 재밌는 내용이라 생각하고 왠지 그럴듯하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이들의 의견에 대해 그렇게 제자들과 모든 사람들이 에로스를 찬양하고 찾는 것은 결핍 욕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핍이 있기 때문에 ‘에로스’를 찾는 거라는 말이다. 이 말에도 공감이 간다. 


 향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 구절은


에로스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며,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그와 유사한 자질을 선물한다는 게 에로스에 대한 내 생각일세, 


파이드로스 갑자기 운문으로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군. 


그분은 다음과 같은 것을 준다고 말일세.


‘인간들에게는 달콤한 평화를 


바다에는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함을


 날뛰는 폭풍에는 휴식을, 


고뇌에는 단잠을.’


향연에서


에로스에는 사랑도 평화도 안식이 있다. 따듯함이 있고 행복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이번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공부하면서 로고스(이성), 파토스(감성, 감정), 에로스(사랑, 평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 같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이 세 가지를 잘 조화시켜 살아가는 것이다. 앞으로 인문학의 세계를 계속 항해하는데도 이 세 가지는 좌표와도 같다. 자! 그럼 계속해서 인문학에 대한 에로스를 활활 불태워 볼까나!



#에로스 #로고스 #파토스 #소크라테스 #축의시대


#인문학향기자기계발 #아가톤 #심포지엄 


#향연 #파우사니아스 #에뤽시마코스


#아리스토파네스 #디오티마 #위대한제자플라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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