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을 뛰어넘는다는 것
“저는 이 일을 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우리는 어떤 일을 앞두고 자신의 역량에서 볼 때 어려운 거 같으면 이런 말을 한다. 그러면서 대체로 하기 쉬운 것, 더 마음이 가는 것, 너무 부담되지 않는 범위를 찾아다닌다. 그러다 보면 하던 것만 하게 되고 점점 더 그 안에서 맴돌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조금 부담되는 일은 회피하게 되고 만다. 그런데 부담되는 일은 종종 피할 수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때 또다시 겁을 먹고 회피하느냐, 맞서 응전하느냐로 사람은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도 하고, 제자리걸음 혹은 뒤로 도태되기도 한다. 삶은 연속해서 부담의 숲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나의 숲을 지나면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평원이 보이고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이 있고 길이 나온다. 그러다가 다시 헤쳐나갈 숲이 나타나고 또다시 어두컴컴한 곳을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얼마 전에 지인이 십 년 가까이해오던 어떤 일을 부담스러워 그만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여러 악기를 잘 다루는 분으로 강사 활동과 동아리 대외 활동에 적극적인 분이다. 악기와 관련된 건 보람도 있고 즐겁지만 그렇지 않은 건 즐거움이 없고 자신이 없고 부담스럽다며 그만두겠다고 한다. 그래서 ‘부담’에 대해 생각해 봤다. 부담은 왜 생길까? 우선 그 일을 하고 싶고 좋아하면 사람은 그 부담을 기꺼이 수용한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고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부담은 몇 배로 커져 망설임이 되고 회피로 이어진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좋고 싫고만의 차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싫어도 어려워도 부담을 끌어안고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로서 사람들 앞에 설 때 부담스럽다고 할 말을 못 하고 주저주저한다면 역할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결국 자신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손해를 주는 격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분기시키는 말을 해내야만 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수십 명의 단원들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리드할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음악과 하나가 된 몸짓으로 감동을 줘야 한다. 엄청난 시선 집중의 부담의 강을 건너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에게 할 말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끙끙 앓고 있으면 겉으로는 무사한 듯 보이지만 결국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맴맴 돌아 해소될 때까지 두고두고 자신을 힘들게 한다. 불편한 부담의 산을 넘어야 한다. 행복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험이라는 부담, 시련이라는 부담,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부담 그런 부담들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행복이라는 바람을 실감하게 된다.
결국 부담을 지나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부담은 늘 우리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부담은 회피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내가 감내할 부담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크든 작든 부담은 그저 안고 가야 하는 인생의 일부분이다.
포용하거나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싫다고 가을이 지속되지 않는다. 겨울은 오고야 만다. 겨울을 부담스러워 회피한다고 계절이 멈칫하지는 않는다. 따듯한 겨울옷을 준비하고 겨우내 먹을 김장을 준비하는 것처럼 부담이 아닌 인정이 겨울을 잘 날 수 있는 길이다. 부담과 친해져 간다. 어색함이 늘 따르고 친해지고 싶진 않지만 연기라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연기를 하다 보면 뇌는 진짜처럼 느끼게 된다. 재밌는 건 부담과 친해질수록 지혜가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부담스럽지만 부담에 조금 더 가까이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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