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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Aug 15. 2023

태국 치앙라이, 산중마을의 풍경

살림남의 방콕 일기 (#170)


치앙라이의 산에는 마을이 있다. 카렌, 아카, 야오, 라후, 빠롱, 카야우 등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산악부족들은 평지가 없는 경사가 가파른 산비탈에 집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도로사정이 열악하지만 과거에 비해 차량이 접근할 수 있으니 그나마 삶의 질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대표적인 아카부족의 마을인 파히로 가기 위해 비포장도로와 2~3차례 검문소의 검사를 통과해야 할 만큼 수고스럽지만 평화로운 마을에서 하룻밤 지내는 것은 치앙라이 여행의 가장 큰 경험 중 하나이다. 파히마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평화로운 풍경들이 있다.


ㅇ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치앙라이는 무장을 한 군인들이 경계를 서는 긴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 20세기 중반 미얀마 군부와의 국경 분쟁으로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있었던 탓일까. 높은 산 능선을 따라 설치된 초소에는 여전히 난민들을 감시하고 있지만 일반 여행객들도 전망대에 올라가 미얀마 국경마을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ㅇ 대나무 그네

아카부족의 마을 입구에는 그네를 볼 수 있다. 대나무 3개를 삼각뿔 형태로 세우고 줄을 묶어 만든 그네와, 네 개의 의자를 관람차처럼 회전시키는 그네가 있다. 마땅한 놀거리가 없는 산중에 나무로 만든 소박한 그네가 흥미롭다. 그네는 전망이 잘 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하여 아카부족 마을을 상징하는 명물이다.


ㅇ 닭과 병아리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닭과 병아리들은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없다. 전방이 잘 보이지 않는 비탈진 비포장 길을 운전해 갈 때면 옆에 보이는 닭들이 길을 횡단하며 운전을 방해한다. 닭들은 빠른 움직임으로 차에 부딪힐 새라 재빠르게 빠져나간다. 혹여 차에 깔렸나 오르막에 차를 세우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만 그늘 속 그림자처럼 어느새 사라진다.


ㅇ 비탈진 비포장 길

치앙라이의 산악부족 마을을 방문하려면 자동차의 성능이 중요하다. 승용차보다 차체가 높은 SUV, 소형보다 중형이상, 구형보다 신형차를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상치 못하게 내리는 폭우, 굴곡진 도로로 보이지 않는 오토바이, 도로 앞에 누워있는 들개들, 자동차 바퀴가 들어갈만한 포트홀 등 고산마을로 향하는 산길은 위험요소가 많아 운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ㅇ 산속 운무

해발 고도 약 1,200m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운무는 태국사람들이 가장 애정하는 풍경 중 하나이다. 그래서 산중마을 홈스테이는 외국인 보다 태국인의 수요가 많아 숙박예약 사이트로 예약하기 힘들고 페이스북이나 전화로 직접 문의 후 이용할 수 있다.


국적 없는 난민과도 같은 고산족은 여러 부족과 함께 마을을 꾸려 살아가기도 한다. 자본보다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고산족이었지만 지금은 커피나 차, 파인애플 등 플랜테이션(상업적) 농업의 일꾼으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치앙라이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차, 커피, 수공예품들은 그들의 한 땀으로 만들어진 특산품들이다.


태국 치앙라이에는 아직 길이 닿지 않는 곳에 여러 부족들이 존재를 감춘 채 살아가고 있다. 지리적인 고립으로 사회적 제도와 멀어져 기회적 신분은 얻지 못했고 마을 내 종속적 신분만 유지하고 있다. 영주권과 시민권이 없기에 국가적인 보호나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산악부족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순박한 미소는 마음속 작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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