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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08. 2023

태국 방콕, 극한 카페

살림남의 방콕 일기 (#181)


세상모든 것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카페들이 있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카페들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 카페의 이름하나에도 오묘한 뜻이 있고 다양한 커피의 종류에도 바리스타의 특별한 의미가 숨어 있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 하필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 저히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외적인 극한카페 발견하였다.


원 옆 카페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로컬 주거지역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큰 상권이 형성된다. 병원이 부족한 태국, 특히 지방도시 대형병원은 교통, 숙박, 시장, 음식점,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 외국인 보다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하기에 진정한 로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태국의 소도시를 방문할 때에는 시장, 터미널과 함께 대형 병원 주변을 방문곤 한다.


태국의 낯선 문화 중 하나는 병원 앞에 관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관상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병원 관가게는 상호 필요에 따른 비즈니스적 관계지만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는 결코 유쾌하지 않. 냉정한 삶과 죽음의 경계의 극한 분위기 사이에 카페가 있다.


표현하기 어려운 어색한 분위기지만 극한카페가 묘하게 긴장감을 완화시켜 준다. 병원 앞에 관 가게만 줄줄이 서있다면 얼마나 온기 없 세상인가. 관가게 입구에는 수많은 관들이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층층이 쌓여 있고 가게 안에는 나무를 자르는 그라인더 소리가 커피콩을 분쇄하는 듯 들린다.


관가게 옆 카페는 병원 안 환자와 가족들에게 관의 메마른 나무냄새대신 과일풍미 가득한 향기를  못소리 대신 클래식 음악으로 걸러낸다. 뜬금없는 병원 앞 관가게의 등장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관가계 옆 카페가 그 공극을 잘 채워주고 있다.


공사장 안

무더운 오후의 공사장 현장 안에는 극한직업의 건설노동자들이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그늘도 없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긴소매 작업복과 몸에 맞지 않는 안전모를 쓴 채 육체적 노동을 이어간다.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차 안에서 편안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자외선에 피부의 따가움이 느껴진다.


조금 전에 내려 고여있던 빗물, 얼굴에 흘렀던 땀, 생수병에 담긴 물 마태양은 자비 없이 모두 빨아들이려는 듯 강하게 내려쬐는 공사장 현장 속으로 이동형 카페 오토바이 한 대가 유유히 들어온다. 태국에는 2륜 오토바이를 3륜 오토바이로 개조한 이동형 카페들이 많다. 주로 학교 앞이나 상가와 떨어진 주거지역을 돌아다니며 차가운 음료를 판매한다.

 

극한 직업 노동자에게 이보다 더 극적인 상황이 있을까. 사막의 코코넛워터, 38선 초소의 황금마차(이동형 슈퍼)처럼 공사장 안 냉차가게는 극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15밧(500원)에 얼음이 가득 담긴 달달한 타이티 한잔이 나오고 목마른 인부들은 단숨에 들이 오후의 막바지 힘을 얻는다.


경계는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회복을 위한 기회를 주기도 한다. 태국의 극한카페는 아슬아슬한 경계에 위치하여 묘한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피난처가 된다. 더 이상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 앞에 위치한 완충지에서 극한카페 발견할 수 있다. 태국의 이방인으로 살아갈 때 가끔 찾아오는 공허함. 허전함의  공간에 극한카페 위치하니 그 만으로 존재의 의미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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