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밖에서 어떻게 돈 벌 건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도 당연시 여겼던 엄마
'엄마'라는 글자가 떠있는 휴대폰의 수신 화면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면?
열심히 달려온 내가 원하는 결과인가.
나는 내 잘못으로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 보냈다는 죄책감과 후회로 범벅 져 무너져 내릴 것임이 뻔했다. 분명하다.
브런치 매거진 <나는 혼자 돈 벌기로 결정했다>
그냥저냥 적당히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일로, 원하는 곳에서, 원할 때 일을 할 수 있는 삶.
소중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정신적 물질적 에너지를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삶.
여태 직장인으로 살아온 내가 그런 인생을 사려면 처음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해 낸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크게는 세 가지 단계이다.
첫째. 나는 이제부터 급여(월급, 연봉)의 틀을 벗어나서,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일정 금액을 모을 때까지, 씀씀이를 키우지 않는다.
셋째. 계속해서 투자하고, 자산이 스스로 일하게 만든다.
넷째. 내가 원하는 삶을 가능토록 하는 '자유'를 가진다.
나는 뭘 하든 '돈, 돈'거리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내게 돈은 전부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삶을 가능케 할 수단일 뿐이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생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세상에 당신 혼자 생존해 있다면, 당신이 지금 그토록 원하는 것들을 모두 가져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큰 울림이 있었다.
상상해 봤다.
내가 무의미한 것을 쫒느라 혈안이 된 사이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된다면?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도 당연시 여겼던 '엄마'라는 글자가 떠있는 휴대폰 수신 화면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면?
그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을까. 그게 그토록 열심히 달려온 내가 원하는 결과인가.
이내 먹먹해졌다.
나는 내 잘못으로 소중한 누군가를 떠내 보냈다는 죄책감과 후회로 범벅 져 무너져 내릴 것임이 뻔했다.
그렇다. 내가 원하는 꿈과 인생, 그 위에는 사랑이 있었다.
엄마
나는 엄마를 위해 살아야지.
가장 가치 있는 존재들을 위해 살아야지.
여기 내가 아끼는 꿈 노트가 있다.
그 꿈들, 아니 내 꿈인 줄 착각했던 글씨 위에 줄을 두어 번씩 그었다.
나는 공간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정했다.
또한 디자이너를 넘어서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내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퍼스널 브랜딩 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과, 사진, 영상 같은 콘텐츠로 나를 진실되게 표현만 하면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그래 다 좋은데 뭐부터 해야 할까.
우선 기본적인 실력을 쌓아야 했다.
공간 스타일링에 대한 감각이라면 자신 있지만, 뛰어난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만의 감각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스킬들이 있어야 내 아이디어를 손보일 수 있으니.
물론 내 나름의 노력을 많이 했다.
국비 지원 학원도 등록해 봤고, 클래스 101 강의를 보면서 연습도 하고, 책도 찾아 읽곤 했지만
감각만 있지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는 내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을 익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게는 지금 '몰입'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인터넷을 만지작하다가 우연히 괜찮은 학원을 발견했다.
그냥 한번 상담이나 받아볼까.. 문의 란에 전화번호를 남겼다.
한 시간 안에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 일단 한 번 학원에 와보라고 했다.
약속을 잡고 홀린 듯이 그냥 학원에 방문했다.
그 이후에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학원에 방문한 지 한 시간 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6개월치 교육과정 비용이 결제된 영수증이었다.
1000원 쓰는 것도 아까워하는 내가 꿈에 대한 확신 하나로 결제해 버린 몇백만 원.
지금 내가 달려가고 있는 이 꿈에 대한 가치는 고작 몇백만 원이 아니기에.
이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내 꿈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 날이었다.
혼자 이리저리 서성이고 고민하던 날의 마침표를 찍은 날.
디자인 학원을 등록하고 밖으로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의 맑은 하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디자이너만은 아니었다.
앞에서 말했든 나는 내 가치를 전하고 싶은 거고, 그 분야 중 하나가 공간 디자인 일 뿐이다.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 되려면, 전문성외에 또 뭘 갖춰야 할까?
브랜딩을 하는 데 있어서 또 필요한 게 뭘까.
내가 원하는 롤모델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의 유튜브를 찾아봤다.
이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전달할까?
왜 사람들은 이 사람들에게 열광할까
섣불리 규정하기 힘든 이유를 찾으려 유튜브 댓글 창을 클릭했다.
댓글 창에는 이런 말들이 있었다.
'아나운서 같아요'
'말을 조리 있게 잘하시는 거 같아요'
'목소리가 좋아요'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결국 신뢰란 말의 힘이고.
순간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씩 웃었다.
잊고 있었던 나의 장점
그러고 보니 나도 '아나운서 같다'는 칭찬을 살면서 많이 들어왔다.
좋다. 이거다
정해진 급여가 아닌, 내 몸값을 올리고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목표.
그 목표를 정한 뒤로 내 삶은 아주 빠르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
내가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곤, 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분야
늘 그렇듯이 순식간에 내 인생을 뒤흔들 터닝포인트가 조용히 찾아왔다.
브런치 매거진 <나는 혼자 돈 벌기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써 내려간 에세이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에 대한 꿈으로 시작된 이 매거진은, 동시에 여러분들만의 꿈을 응원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는 저에게 또 다른 재밌는 기회가 찾아오는 과정, 기대, 실망, 어려움, 재미에 대한 얘기들을 솔직하게 할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