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돈까스 주문한거 받았는데 모밀 하나가 안왔어요.”
"아! 잠시만요. (주문 내역 확인 후) 아이고,, 어쩌죠.. 제가 포장하면서 어디 섞였나봐요."
"아니, 사장님 일단 미안하단 말이 먼저 나와야 되는거 아니에요??"
"네?? 아, 당연히 죄송하죠,, 그래서 지금 어떻게 조처해드릴지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아니, 어떻게가 아니고 우리는 이미 결제를 다했는데 음식을 안보내주셨으면 미안하단 말이 먼저 나와야 되는거 아니냐고요."
"아,, 죄송합니다. 점심시간에 제가 너무 바빠서 실수로 어디 빠뜨렸나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됐고요, 빠진거 바로 보내주세요 그냥.“
"지금 보내면 한 30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으실까요? 혹시 많이 늦으시면 제가 전액 환불을 해드릴게요."
"무슨 환불이에요 지금. 회사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되는데. 참나,,"
"그럼 일단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아무 대꾸도 없이 젊은 여성분은 전화를 끊었고, 나는 음식을 준비해서 다시 보내드렸다. 오늘 점심 장사 때 있었던 일이다. 군더더기 하나 덧붙히지 않고 한 손님과 있었던 통화 워딩을 그대로 복기해봤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라는 생각에 이 상황을 계속 되뇌어 봤다. 손님께 찾아가서 엎드려 절이라도 하며 사죄를 했어야 되는데, 내 대처 방식이 부족했던 걸까. 것도 아니라면, 우리 사회에서 합의 된 어떤 상식을 나만이 모르고 있는걸까. 상대를 찍어누르듯이 대하는 화법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나는 왜 여지껏 배우지 못했던 걸까.
어느 특정인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사회 지도층부터 성직자, 빵집주인, 슈퍼스타, 빌딩관리인, 외과의사, 항해사, 농부까지 모두가 화가 나있는 듯한 세상이다. '미안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라는 언어는 평생 입밖에 낸 적이 없다보니 잘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어졌다. 상식과 옳고 그릇됨은 민주화 운동과 함께 먼 과거에 묻혀버렸다.
한 아이만 낳아 앞뒤 재지 않고 최고로 키우려는 젊은 부모들의 그릇된 교육관이 자식들을 '왕의 DNA'를 가진 아이들로 둔갑시켜 버렸고, 그 자식들은 정말 왕이 된 마냥 사회 곳곳을 지배하려 든다. 그런데도 당사자들 모두는 '본인들은 해당사항 없음' 이라며 못박는다. 그 논리의 결과로 누구나가 '맘충'의 해악을 지적 하지만, 주위에 맘충은 단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나는 장사를 하면서 중고등학생 손님들도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 계산을 하면서 두손으로 카드나 현금을 내미는 친구를 본 적이 없다. 한 두명 봤나? 떠오르지 조차 않는다. 그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짝다리를 짚으며 한 손은 주머니에, 다른 한 손으로는 카드를 주면, 나는 차렷 자세로 두손으로 받아들고 계산을 하는 장면이 연출이 되는 셈이다. 어린 친구들에게 꼰대 마인드로 어떤 대접을 받으려는게 아니다. 이게 맞나 싶어서다.
나는 하도 의아해서 중학생인 조카들한테 물어봤다. 니들도 어디 가게 가서 계산할 때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 카드 건네냐고. 지들은 또 아니란다. 공손하게 준다고는 한다. 모를 일이다. 내 가족이라고 편들 일도 없다. 다 미쳐가고 있는 건 매한가지니까.
공허한 메아리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텐데, 나는 왜 이따금씩 이런 상황에 분노하는 걸까.
광복절 날이 밝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영방송에서 기미가요(일본국가)가 흘러나오고, 서울 지하철역 독도 조형물은 광복절에 맞춰 모조리 철거가 되는데도 이젠 이상하지가 않다. 대통령이 "독도는 우리땅" 하며 혹시나 바른 말을 해버릴까봐, 이젠 그게 더 해괴할 것 같다.
우리는 시속 10만 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지구라는 행성에 올라타 모두가 운명 공동체로써, 삶을 함께 여행하고 있다. 게다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스스로 자전까지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지구별에서의 인생은 이런게 아니였다. 다정한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부족한 부분은 이웃끼리 서로 품앗이 해가며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가는 거였다.
근데 이게 뭐야. 성난 사람들 틈에서.
먼훗날 지구별과 이별하는 날, 아무리 서럽게 울더라도 이 행성에 남아 있고 싶어 우는건 아닐거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그 이유에서 일거다. 성난 사람들과의 이별도 슬플거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