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아오를 ’링‘에 민첩할 ’민‘을 쓴다고 강조하는 여주인공 링민. 그녀는 요독증 환자로 분해 신장 이식을 기다리며 병원서 투석을 받으며 살아간다. 매우 신경질 적이고 예민하다. 자칫하다가는 금세 생명을 잃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뤼투‘라는 순진무구한 남자. 알고봤더니 그도 죽음을 앞둔 뇌종양 환자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이 된다. 처음에는 그저그런 멜로인 줄만 알았다. ’저러다가 신장 하나 떼어주고 남자는 죽겠지뭐‘ 하며.
그런데 이 영화 <우리, 태양을 흔들자>는 달랐다. 다른 멜로에서 찾아보기 힘든 치유와 가족애, 대서사가 깃들어 있다.
나는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쏟아낸 적이 손에 꼽힌다. 두어번 정도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며 손가락 하나를 더 접고야 말았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야간 시내버스에서 뤼투는 태양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링민에게 고백한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면서 태양도 그 사이에 피곤할 때가 있을거에요. 그럴 때 비가 오고 천둥도 치고 하죠. 그러니까 태양이 피곤하지 않게 마음으로 태양을 흔들어 깨어봐요. 마음만 꺾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태양은 깨어나요.“ 그리고 ”우리 결혼해요“ 하며 프로포즈를 한다.
신선했다. 태양을 은유하는 법과 기교를 보며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나는 책을 쓸 때나 사회를 바라볼 때 습관처럼 그늘진 사람들 편에 서있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부유한 사람들이나 권력자, 혹은 위정자들을 무조건 비판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그냥 나둬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행복의 여분이 넘칠 지경이다. 마르지 않는 자본 덕에 잉여 행복을 덤으로 누리는 지도 모를 일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넘쳐난다. 말기암이 찾아와도 대기 없이 1순위로 수술을 받을 수도 있고,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처럼 밤새 공부를 안해도 서울대나 연세대 입학을 손쉽게 할 수도 있다. 내일은 어느 골프장을 갈까, 주말에는 어떤 근사한 레스토랑을 갈까, 오늘 밤엔 발렌타인20년산을 마실까, 은은한 레드와인을 마실까, 하며 고민하는 이런 사람들에게 타인의 관심은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이 어릴 때 부터 들어왔던거다.
그대 당신,
아파본 적이 있나요.
아파본 사람들은 잘 울어요.
너무 울어서 지칠 정도로 잘 울죠.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조금더 관심을 주며 우리 사는 사회가 무게추의 균형을 스스로 잡아갔으면 좋겠다.
”아오리게이[奥利给](힘내자)!!“
영화에서 남녀주인공이 숱하게 외치는 구호다. 우리도 그러자. 우리도 지칠 때 마다 태양을 흔들어 깨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