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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Dec 05. 2024

1 더하기 1은 3이 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보면 진보, 보수라는 큰 이념의 물줄기 속에 20%의 극성 지지층이 얼어붙은 저수지 처럼 양끝에 존재해 있다. 흔히 말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그들의 특성은 사회 통념이 통하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쉽게 말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1 더하기 1을 2로 생각하는데, 그들의 논리는 3이 될 수도 있다며 강변한다는 얘기다. 과학적 사료나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떼'와 '조직'이 형성되면 뭐가 됐건 그 권력의 최고 지도자에 순종한다.


일례로 본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살인을 저지른다 한들 당한 사람을 탓하지, 그 정치인 탓을 하지 않는다. 살인을 당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거야, 하며 논리모순 위에서 사회를 혼탁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시민 단체들이 그 역할을 주도했지만, 요즘에는 유튜버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 속에서도 우리는 가끔 기적처럼 '월척'을 발견한다. 대부분 자신이 속해있는 정당에 휩쓸리지 않고 반기를 드는 인물들이다. 그 인물들이 때로는 지도자가 되기도 하고, 반역자로 추락하기도 한다. 적어도 피라미는 아니라는 의미다.


자, 이제 우리나라가 윤석열을 지지한 시기로 돌아가보자. 원래 그는 민주당 사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했고, 평생을 아마 진보 성향의 인사로 살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조국 사태를 빌미로 정부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본인이 의도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점부터 우리는 그를 영웅으로 받들기 시작했다. 감히 부하가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다니, 하며 국민들은 환호를 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짓이겨버리다니, 속이 시원한거다.


그렇게 그는 대통령이 됐지만, 지금은 교도소가 아니라 정신병원에 감금을 시켜야 될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앞서 말한 보수쪽 극단에 서있는 20%의 극성지지자들은 여전히 환호하지만, 1 더하기 1은 2라고 믿는 나같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와 무당의 손아귀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과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까지. 뭐하나 이해되는게 없는거다.


이에 우리는 또한명의 영웅을 기대할 뻔도 했다. 한동훈이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당대표가 된 그다. 혹시 한동훈이라면 1 더하기 1을 2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묘한 기시감도 함께 들었지만.


채상병 특검부터 김건희 특검, 친윤과의 계파 갈등, 그리고 당원 게시판까지. 우리는 그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기승전'은 있다. 곧 할 것 처럼 본인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긴 한다. 그런데 '결'이 없다. 이뤄놓은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이번 계엄령 사태도 그렇다. 선포가 되자마자 잘못된 계엄이며 국민과 함께 막아서겠다고 한 그다. 그리고 계엄은 일단락 됐다. 이제 사태 수습의 시간이다. 나는 적어도 당대표 직권으로 할 수 있는 대통령 당원 제명과 하야 요구, 혹은 탄핵 선(先)발의 쯤은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한다는 소리가 만나뵙고 정중히 '탈당 요청'을 했다는 거다.


기가 막힌다. 그제 계엄 후 국회가 장악 됐으면 지금쯤 그 총부리는 거리의 국민들을 겨누고 있을텐데, 여당의 그 누구도 역할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휴~ 살았다. 이제 다시 단일대오로 모여 우리 대통령을 지키자!!" 하며 호위무사들이 돼버렸다.


그들은 정말 모르는가. 꾸역꾸역 대통령 임기를 채운다 한 들, 다음 대선에 본인들이 또 정권을 잡을 수 있을거라고 혹시 생각하는 건가? 중간에 치를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털고 가는게 이치에 맞지 않는가?


한동훈은 기회가 벌써 세번이나 지나가고 있고, 이미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오로지 대선을 바라본다면 극단에 있는 20%를 바라볼게 아니라 중도에 있는 60%를 바라보고 정치를 해도 되는데 끝끝내 핀트를 잡지 못한 셈이다. 51%를 득표하면 이기는게 대선이다. 근데 언제까지 침몰해가는 배에 타고 있을텐가.


이재명만 감옥에 보내면 본인이 압도적으로 대통령이 될 것 같은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에 이재명이 아닌 파렴치한 누군가가 후보로 나와도 무조건 그가 당선이 된다. 윤대통령이 끝내 버티다가 2년 뒤에 정식 대선이 치뤄져도 마찬가지다. 한밤 중 계엄령을 선포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그 사태를 옹호하는 정당에게 누가 표를 주겠는가.


1980년5월18일. 계엄령을 선포해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전두환을 끌어내리고 그가 죽는 날까지 원망하며 잔혹하게 짓밟은 우리 국민들이다. 부디 꿈 깨시라. 1 더하기 1은 3이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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