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은 중국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칭다오(Qingdao)'로,맥주는 공식 페이스북에서 사용하고 있는 '칭따오(Tsingtao)'로 표기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나에게 중국 칭다오(靑島)는 2011년 1월 학술탐방으로 칭다오대학교에 가서 삼국지정사(三國志正史)연구와 관련된 교수의 인터뷰를 위해 약 15시간 정도 머물렀던 곳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갔던 연구생들과 식사를 하고 바닷가를 잠시 거닐고 커피를 마셨던 것 외에는 뭔가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학교에서 받은 넉넉지 못한 연구비로 구한 숙소는 샤워기는커녕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는 곳이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이튿날 한겨울 새벽에 다음 목적지인 안휘성(安徽省)으로 떠났던 기억이 난다.
평소 맥주를 좋아하는 나는 샤먼여행을 함께 했던 언니와 칭다오 맥주를 현지에서 마시겠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2024년 1월다시 칭다오로 떠났다.
비행기 연착으로 예정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칭다오의 저녁은 추위와 비,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로인해 아쉽지만 호텔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다행히 비가 그쳐우리는 칭다오 맥주박물관으로 향했다.
19세기말 러시아 이주민들에 의해 하얼빈에서 만들어진 것이 하얼빈 맥주이고 일본이 만주를 점령했던 시기인 1934년 기린맥주와 대일본맥주가 합작하여 선양에 세운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설화맥주라면 칭따오맥주는 1903년 독일의 조차지었던 칭다오에서독일로부터 들여온 생산설비와 원재료로 독일의제조 공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때 지어진 공장이 지금의 맥주박물관이며박물관에 함께 있는 제1 공장에서현재까지도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박물관 내부에 있는 초창기 생산 설비
칭따오맥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 1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맥주
신선한 맥주를 맛보기 위해 박물관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시음하는 맥주는 병맥주나 캔맥주와는 비교가 안 될만큼 신선하고 깔끔한 맛인데 특히 효모를 거르지 않은 '원장(原浆)맥주'는 진하고 쌉쌀한 맛인 칭따오맥주의 특징마저도 고소하고 부드럽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안주로 주는 땅콩은 짭짤한 맛보다 달콤한 맛이 더 잘 어울린다.
박물관에서 구입한 신년 에디션 맥주와 기념품
박물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칭따오맥주와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샵이 있다. 해마다 신년이 되면 판매하는 스페셜 에디션이 있는데 올해 용의 해를 맞아 멋진 용으로 디자인된 맥주들과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맥주들 그리고 맥주병 모양의 초콜릿. 병따개와 열쇠고리 등의 기념품도 넉넉하게 사 올 수 있었다.
박물관의 관람시간은 계절에 따라 변동이 있으니 방문하기 전에 확인하기를 권하며 입장료는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성인 기본 60위안 티켓 구성은 박물관 A, B관 관람과 맥주 두 잔 + 땅콩 안주 1개 제공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티켓이 한글로 안내되어 있으니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잠시 둘러본 칭다오의 풍경들
칭다오에서는 칭따오를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2011년 칭다오에서 먹은 것들 중에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것은 그때 그 칭다오대학 교수가 알려준 학교 뒤편의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칭따오 맥주와 바지락볶음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예전 맥주 광고의 영향으로 '양꼬치엔 칭따오'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칭따오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양꼬치가 아닌 바지락볶음이라는 것을 그때 이미 현지인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라는 TV 프로그램에도 '吃蛤蜊 喝啤酒(바지락을 먹고 맥주를 마신다)'라는 유명한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은 칭다오에 가면 바지락볶음에칭따오맥주를 마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짧은 일정과 추운 날씨로 이번 여행 역시 칭다오를 다양하게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기회가 있다면 맛있는 바지락볶음에 칭따오를 마시고 맑고 푸른 바다를 보기 위해 칭다오에 다시 한번 가고 싶다.
그리고 올해 2024년 11월 8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무비자로15일간 중국 체류가 가능하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중국에 가서 좋은 경험을 쌓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올 수 있기를 바란다.
눈 깜짝할 새에 끝나버린 칭다오 맥주 투어는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에 방문했던 나 혼자만의 대만여행을 다녀온 이후 하얼빈 맥주 투어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