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은 그 안에서 보이는 나의 긍정적인 모습과 쉬운 말로 편하고 재미있게 쓰인 글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곳에 글을 썼다 하면 그렇게 칙칙하고 궁상맞을 수가 없다.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그 어두운 감정을 전염시킬 것 같거나 '뭐야 얘 이런 애였어?' 이런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거나 재미있는 글은 대체 언제 쓸 거냐는 말이 부담스러워서 얼마 못 가 삭제해버리곤 한다.
어떤 의사는 나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너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 같아 너를 잘 모르고 좋아했던 사람은 너의 그런 모습을 보고 떠나가거나 아니면 '쟤가 이런 나를 더 이상은 좋아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주체하지 못하고 네가 먼저 밀어내니너무너무 소중하고 놓치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약으로도 통제불가능한 그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내가 가끔씩 말을 이상하게 하거나 이해불가한 행동을 해도 곧 제정신으로 돌아오니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이런 나를 이해해 달라고, 떠나지 말아 달라고부탁하라고했다.
안 그래도 자존감 낮아 죽겠는데 이렇게까지 자존심 구기는 짓을 하라고 하니 돌팔이구나 싶어 더 이상 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를 찾아갔던 그날.
시외버스와 택시를 갈아타 가며 두 시간이 넘게 걸려 찾아가서 그곳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언어로 함께 소통을 하고 위스키를 즐기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그 순간.
내가 아무리 위스키와 영화 <헤어질 결심>을 좋아하고 그곳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다지만 이 나이에 여자 혼자 이런 곳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 사람이 흔치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며 나 자신의 모습이 꽤나 신선하고 기특했다.
대만 이란(宜籣)에 있는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
"나 꽤 괜찮은 사람이었네. 이런 모습의 나도 저런 모습의 나도 다 '나'야. 다른 사람에게 굳이 나의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숨기며 애쓰지 말고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느라 아픈 마음에 지치지 말자."
"나를 끝까지 믿고 옆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더 잘하고 누군가가 내가 싫다고 멀어져도 나만은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떠나보내지 말자, "
아, 물론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사람이 금방 바뀌는 건 아니어서 그 돌팔이 의사(?)가 조언한 대로 해봐야 하나고민도 하지만 끝내'서로 신뢰하며 인연의 손을 놓지 말자'라고 돌려 말하곤 한다.
정말 쿨하고 싶지만 이 찌질함도 또 하나의 '나'이니 오늘도 나는 나를 힘껏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