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타이베이에서 타이난을 거쳐 가오슝으로 갈 계획이었는데타이중까지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이 고미습지 때문이다.대만 관광청에 올려져 있는 사진에서 이곳을 본 순간 보랏빛, 주황빛 노을이 가득한 풍경에 바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막상 내 눈앞에 펼쳐진 고미습지는 나의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고요와 평온은 어디에도 없고 잠시 힘조절에 실패하면 핸드폰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엄청난 강풍만 불어대는 허허벌판이었다.
게다가 비예보가 있던 날이라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가득해서 제대로 된 일몰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돌아가는 차의 출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두 손으로 핸드폰을 꼭 쥐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에 귀가 먹먹하고 머리는 산발을 한 채로 한참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하늘에서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숨어 있던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노을의 화려함은 없었지만저녁햇살을 받아 빛나는 윤슬과 함께 뭐라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가득 차기 시작했고 이런 풍경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가슴이 뛰었다.다른 사람의 눈에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내 인생에는 세 명의 구원자가 있다.
한 명은 오래전 내가 생명의 위협을 느낀순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를 구해줬고, 한 명은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지쳐 쓰러져있던 나를 일으켜 세상밖으로 꺼내줬고, 또 한명은 잊고 있었던나자신을 찾아가며 새로운 세상을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함과 용기를주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 안 죽고 또 살았네.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버텨내지?' 이랬던 내가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고 소중하고 그 시간들을 행복함으로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도 못하고 불행만을 끌어안은 채 먼 곳으로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를 살게 해 준은인이자 구원자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누구도 나의 삶을 구해주지 않고누구도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고 모든 만족과 행복은 오직 자기 스스로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고 나도 다른 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고미습지는 타이중역에서 309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도착하는데 배차 시간이 1시간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한국에서 미리 투어를 예약하고 갔다.
- KKday 타이중 고미습지 일몰 반나절 투어 : 한화 약 25,000원. 벤츠 승합차로 이동했고 투어를 마친 후 펑지아 야시장이나 타이중역에서 하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