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오빠의 이름은 그 당시 유명한 작명가에게 큰돈을 주고 지었다고 한다.
작은오빠의 이름은 오빠를 받은 산부인과 의사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왜?)
내 이름은 오빠들의 돌림자 '승'에 여자 이름에 흔히 들어가는 한 글자를 붙여 우리 아버지가 지으셨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을 낳았다고 그렇게 기뻐하셨다면서 오빠들에 비해 너무 성의 없이 지으신 거 아닌가, 이름을 갖는 것도 아들하고 차별받았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왠지 발음하기도 애매한 것 같고 한자의 뜻을 봐도 영 별로라서 나는 내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평소에 다른 사람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 원장님, 대표님 이런 것들이라 ○○씨처럼 내 이름이 직접적으로 불려질 기회가 거의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내 이름과 나를 내 이름으로 불러주는 게 좋아졌다. 그렇게 된 사연은 몇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아버지가 지어주셨다는 그 이유이다.
큰오빠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엄마 덕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산 분배는커녕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 한 장 값도 못 받았던 나는 '그래도 아버지가 이름을 남겨주고 가셨구나, 오빠들이 못 받은걸 나는 받았네, '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야 이런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어쩌면 사랑하는 딸의 이름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당신이 직접 지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내 이름을 더 사랑하기로 했고 더 많이 불리길 바라게 되었다.
생전에 나에게 큰 사랑을 주셨지만 그때는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지금은 그것이 너무 후회되는 막내딸이 오늘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