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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배우지 않는 나라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읽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났다. 나는 왼쪽 길을 선택했다. 거기가 더 자유로운 길인 것 같았다. 나 또한 인생길이 한 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기때문에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은 없다. 물론 많은 것이 바뀌었겠지.^^

산책하기 너무 좋은 날이라 점심을 먹고 나와서 여태까지 걷다 앉았다 하면서 읽던 책을 다 읽었다. 루츠 판 다이크의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아프리카의 역사를 담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마침표까지 읽고 나니 비가 오기 시작해서 서둘러 집쪽으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뜨거운 조지아 커피를 하나 사서 파라솔 밑에 앉았다.


독일인인 저자가 편견없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쓴 티가 역력하다. 독일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저술되었다는데,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일자무식인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훌륭한 안내서였다.


고대의 아프리카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주로 노예무역의 희생양이 되던 즈음의 아프리카와 유럽 지배계급의 대륙 유린사와 그 뒤 열강들의 식민지화, 그에 맞선 해방투쟁을 다뤘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이 식민지에서 해방되던 시기의 해방투사와 폭군, 불행한 부족 대결의 역사, 제국들의 부끄러운 개입에 대한 장에서는 주먹을 꽉 쥐고 봤다. 흥미진진을 넘어 천인공노할 만행을 몰랐다는 부끄러움까지 더해진 독서였다. 여성들의 역할이 따로 정리된 것에서 균형감을 느꼈다.


이디 아민 같은 알려진 폭군의 이야기에서 우리 대부분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유럽 열강들이 이 정의 제3자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말이다. 아프리카의 모든 갈등과 분열, 폭력과 전쟁에 대해서 서구 지배자들, 옛 식민제국들은 적극적인 행위자였다는 것이다.


레오폴드 세다르 셍고르나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라고도 불리는 토마 상카라의 아프리카 사회주의는 매우 인상 깊었다. 후투와 투치로 나눠져 극심한 인종청소 논란까지 겪었던 르완다에 안정이 뿌리내리고 있고 의회구성에서 여성이 49%나 점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별도 포스팅에서 전문을 소개했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은코시 존슨의 연설은 압도적인 감동이었다.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동은 상대적으로 쉽게 폭로할 수 있지만, 천천히 바른 길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알아보고 제대로 격려해주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번역자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나는 세계사를 배운 적이 없는 세대이고, 우리나라는 세계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이다. 단 한 번도 자본주의 성장이 노예무역과 아메리카 학살에 빚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 아랍 나라들의 분쟁에 미국과 유럽 열강들의 책임이 크다는 설명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란 한중일 미중러, 여섯 나라들과 유럽으로 되어 있고 이들 나라들의 미주알고주알 하는 이야기가 세계사라고만 배웠다.

독학이 되더라도 공부를 하겠다.


이제 아프리카에 대해 독일 청소년들의 지적 수준까지는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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