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24년, 전국일주를 정리하다 든 생각

by 조삿갓

나는 나를 몰랐다. 그런 나에게 ‘나답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사람들 눈치를 보고, 의식하며 자연스레 ‘나답게’를 포기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가장 쉬웠다. SNS나 책만 보더라도 수학 공식처럼 명확했다. ‘매력적인 사람’, ‘조용하지만 강한 사람’, ‘예의 바른 사람’ 등 여러 개의 가면을 준비하곤 상황에 맞게 썼다. 그렇게 가면이 씌워졌다.


가면을 쓰고 나니 사람들 만나는 게 수월했다. 적당히 맞춰주고 어울리다 보니 ‘좋은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니 나도 좋았다. ‘뭐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자유가 주어지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진짜 나일까?


의문이 커질수록 사람 만나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나는 활발한 성격도 아니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것도, 그렇게 예의 바르지도 않은데 왜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안 맞는 옷을 입었는지 싶었다. 생각이란 변화무쌍한 존재라 그러던가, 결국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할 사람은 싫어할 거야. 나답게 살자’


나는 나를 안다. 나는 조용한 사람이고, 말수가 적다. 이제 억지로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막 나서서 춤을 추거나 노래할 정도로 끼가 많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할 때 하는 사람이다. 짓궂거나 억지스러운 상황을 싫어하지만, 분위기가 망쳐지지 않을 정도로 싫은 티를 낸다. 예의 바르거나 기품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욕도 할 줄 안다(쓰다 보니 참 평범한 사람이구나 싶다). 나를 알고 나니 더욱 마음이 편하다.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해서, 말을 못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받거나 힘들지 않다.


그게 나인걸 뭐


라며 웃어넘긴다.
나는 나답게, 가면 쓴 내가 아닌 조민이라는 얼굴을 가진 나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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