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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Nov 02. 2016

수호귀 조조 5

한 살이


사막귀.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힘이 없는 앞발로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단장했다.

얼굴을 닦고 머리카락도 빗었으며, 손과 발도 깨끗이 했다.

몸 전체를 씻을 처지가 되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그녀는 최대한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하려 애썼다.


그녀는 천천히 죽어 갔다.

 사마귀가 아프면 설탕물에 소주를 조금 넣어서 마시게 해주라고 했던 생물박사 추형의 가르침을 받아 사막귀가 기운이 없고 죽어 갈 때마다 나는 설탕물을 주었다. 그것이 그녀의 삶을 연장 시켜 주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작은 사마귀라도 생명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마귀들은 기특했다.

 밥 주면 잘 받아 먹었고 먹이가 없어 고기를 줬을 때도 잘 먹었다. 식물에 물을 줄 때면 고인 물을 잘 찾아서 마셨고 비바람이 불때는 떨어지지 않게 잎파리 밑에 잘 붙어있었다. 어찌어찌 알도 잘 낳았고 자신의 몸은 스스로가 지킬 줄도 알았다.


 작아서 내가 한 없이 지켜줘야 할 것만 같았던 아이들은 실은 성충이었고, 내가 해줄 것은 거의 없었다.

 죽음 조차도 그들은 겸허히 받아들였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사마귀를 키운 것이 아니라 사마귀가 날 키운 것 같다. 짧은 삼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이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생명의 신비와 텃밭의 먹성좋은 애벌레도 잡아 먹어 버리고, 진드기도 잡아 먹어 줘서 나의 나무들은 아직도 아주 건강하게 남아있다.

 600마리가 넘는 사마귀 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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