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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an 04. 2017

택시




 그는 평소와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 다만, 조금 추워 보였을 뿐.

 택시를 불렀다며 나에게 기다리라고 했다. 아니, 택시는 이미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둘 중 누군가가 늦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택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는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 평범했던 하루에 대한 이야기.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어색했으므로 가까운 곳이 좋을 거라 생각해서 택시에서 금방 내렸다. 하지만 곧 마음이 바뀌어 다른 택시를 잡았지만 또한 얼마 가지 않아서 내렸다. 택시로 와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은 장소와 익숙하지 않은 길이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가 무용지물이 될 것 같았다.

 맥주를 한 잔 하고 나니 겁나던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 그녀는 말이 많지 않았지만 우리 대화의 흐름에는 전혀 문제없었다. 어색함이 조금 사라지고 맥주를 한 잔 더 시켰다. 사장님이 와서 곧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했다. 아쉬웠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만 더 그녀 앞에 앉아 있고 싶었다. 그녀의 목소리, 말투, 그리고 그녀의 삶에 대해 더 듣고 싶었다.

궁금했다.

그녀의 마음이.


어쩌면 조금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무슨 깡 시골마냥 택시가 없다. 믿던 콜택시마저도 오늘은 다 안 된다고 하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일단 조금 걷기로 하고 길 건너 멀리 있다고 생각되는 편의점을 향해 간다.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더듬으며 걷다 보니 머지않아 편의점이 보인다. 그곳에서 일단 따뜻한 음료 두 개를 사서 마시기로 한다. 따뜻한 음료를 두 잔 사면 사은품으로 과자를 준다며 나에게 땅콩센드를 건넨다. 기분이 좋아진다.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 설레이기도 한다. 택시가 잡혔다. 떠나야 할 시간.

 못다 한 이야기는 택시 안에서 해야 할까.. 다음으로 미루면 좋을까..

 하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는데.. 택시로 다가가는 그를 불러 세운다. 조심스러운 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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