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책에 적혀있는 낙서(2)
영작문을 공부하고 있었다. 한국어로 된 문장을 주어진 단어를 조합해 영어문장으로 만드는 쉬운 문제였다.
그중에
[I'll never forget one day when I first met him.]
이라는 문장이 등장했다.
그 문장을 보자 문득 내가 그 남자를 어디서 만났는지 궁금해졌다.
그건 내가 전에 일하던 카페에서 소현(가명) 언니랑 같이 일했던 때.
우리는 일하면서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손님이라는 조합으로 친해졌고, 셋이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공부도 하며 술도 마셨으며, 때로는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먼저,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그가 나와 소현 언니와 친해지기 전부터 그 카페에 자주 왔었으므로.
그는 내가 일하기 전부터 그 카페의 단골이었는데 난 워낙 사람을 잘 기억 못 하는지라 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은 일을 시작하고 일 년 반 정도가 지나서였다.
내가 그를 처음 인지한 것은 사장님과 그의 대화를 엿들었을 때이다.
(사실 엿들었다기보다는 그들이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나는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가 내가 서 있는 카운터에서 커피를 시키고 있을 때, 사장님이 와서 반갑게 인사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아~ 군대 갔다 왔어요...
혹시 쿠폰 있나요~?"
사장님이 그의 이름이 적힌 쿠폰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아.. 걔가 다 썼나 보네........"
라고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새로운 쿠폰을 요구했다.
이 대화가 두 번으로 나누어진 이야기 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마지막에 중얼거린 말속의 '걔'는 전 애인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카페에는 수많은 커플들이 온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러 오기도 하고 같이 조용히 공부를 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 단골 커플들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따로 오는 경우도 숱하게 보았고 그중에 한쪽은 아얘 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어쨌든
나는 그를 그렇게 처음 만났다.
그 전에도 그는 내가 일하는 동안 수십 번은 왔었겠지만 나는 그날 처음으로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