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의문형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관계
1.
그녀와 나 사이에 우정 같은 것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우리는 야심한 밤에 외로워졌고, 그 외로움 때문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던 때에 마침 그녀와 내가 연락이 닿았을 뿐인 것이다.
우린 한동안은 밤이 되면 서로에게 전화하고 연락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관계는 아주 미적지근했고 아무런 발전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끝이 났다.
우리는 여전히 외롭고 누군가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쓸쓸한 밤을 보내고 있지만, 더 이상 서로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게 된 걸까?
2.
사실 나는 그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걸고 싶었다.
하지만 매번 용기가 부족했다.
그가 나를 밀어낼 것만 같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끝날 것이 두려웠다.
그렇지만 나는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락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와 나의 관계 속에 다른 어떠한 우정도 존재했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외로운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사교모임 속에서 외롭게 떠돌다가 우연히 마주친 관계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우연히 서로의 앞길을 막아서게 되었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계속 같은 방향으로 비켜서게 된, 그러므로 인해서 눈이 마주치고 어색하게 웃는, 하지만 결국 서로가 가던 방향으로, 서로에게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관계였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전화를 걸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