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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an 04.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20번째 연필

시(時)

-짹깍

또 꿈이었다.

꿈은 사람의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 무의식을 알고자 이 꿈을 해몽하기엔 너무나 개꿈이고, 그냥 '개꿈이었네' 하고 넘어가기엔 심오했다. 나는 공책을 집어 들어 꿈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한동안은 내가 연필로 종이에 꿈의 흔적을 남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어느 순간부터인지 알  없지만,

시계 짹깍거리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예전부터 시계 돌아가는 소리가 싫었다.

그렇지 않아도 쉼 없는 삶 속에 시계 짹깍이는 소리가 우리를 더 강박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

하루, 24시간, 그 하루를 일곱 번, 하루를 일곱 번 보내고 그렇게 네 번 더. 그렇게 하고 나서도 그 반복을 열두 번 더.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만들었지만, 그중에서 제일 잘 못 만든 것은 시간이다. 사람이 시간을 시간이라고 정의하면서부터 삶은 강박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시간은 1분에 60초가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까지 강박하지 않았을 텐데..




-몽상의 시간

나는 이런 상상을 많이 한다.

'그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나지 않고 나와 만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

하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을 이 상상에 쏟아도 실제로는 우리가 어땠을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사소한 싸움으로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고,

서로가 발전이 없는 애정 표현으로 시간을 써버렸을 수도 있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었을 테지만,

일어나지도 않았고,

앞으로 일어날지 알 수도 없는 일이니까.

별로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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