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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Apr 23. 2024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사람을 설득하는 일

"남을 설득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 같아요"


유튜브 방송에서 평소 좋아하던 분이 사람을 설득하는 일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면 인간은 모두 자기 삶의 결정 방식을 통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설득해, 생각을 바꾸는 일은 극히 드물거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유일하게 해 볼 수 있는 일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다''


공감이 갔다.

누군가 나와는 다른 정치관이나 경제관을 내게 강요한다면 나는 분명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설득을 떠나 그와의 대화도 그리 탐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이야기할 때, 나는 그 생각에 한 번쯤 귀를 기울일 것 같다.




광고업은 매일이 설득의 작업이다.

나의 생각을 동료들에게, 모아진 생각을 광고주에게, 광고주는 경영진에게, 만들어진 광고는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광고를 만들면서 나의 전략과 아이디어를 동료들에게 설득하는 첫 관문부터 녹록지 않다.

직급이 깡패라 설득보다 강요가 쉽지만 생각의 강요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조율하기 위해 다양한 설득 논리가 동원된다.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이 모든 걸 이기는 설득의 방법은 믿음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쌓아온 신뢰는 탄탄한 논리의 근거 보다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방법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던 건, '나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의 다른 말이다.

'나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진정성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니 결국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상대방을 향한 나의 진심을 보여주어야 하는 일과 같다.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브랜드의 약속이나 철학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고민 없이 나이키의 상품을 구매하고, 애플의 제품을 사는 것은 브랜드의 믿음에 기반한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가치와 그에 맞는 행동, 서비스 혁신과 좋은 품질이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좋은 브랜드'라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진심을 보여줄 긴 신뢰의 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없다.

업에 대한 진심을 갖고 오랜 시간 동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지 않는 이상, 나의 생각을 따라오게 만들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라 생각된다.  


그럼 좋은 사람의 정의는 무엇일까? 나는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모두의 정의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은 앞에서 한 이야기처럼, 나의 생각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아닐까? 설득의 논리가 부족한 나의 이야기도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는 건 아닐까?

상상해 보건대 동의되지 않는 내 이야기에도 상대방이 믿어준다면 분명 나는 좋은 사람일 거라는 확신은 든다.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여전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거 같다.


어쨌거나 광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어려운 설득의 연속이니 우린 참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동료와 광고주를 설득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광고가 또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니 말이다.  

좋은 광고를 만들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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