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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Apr 02. 2024

영어공부 10년, 왜 대화가 안 될까?

미국 유학시절, 토론수업 시간에 일어난 일

미국유학시절, 제일 괴로운 시간


2005년, 환경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2년간 유학을 다녀왔다.

1년간 석사과정 2학기를 마치고, 3학기를 시작할 때였다.

이 시절, 매주 금요일 오후가 제일 괴로웠다. '환경정책학' 수업이 있는 날이다.

미국인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은 15명인데, 나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학생이었다.


문제는 3시간의 수업이 모두 토론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처음, 30분 정도 주제에 대해 개별 발표를 하고, 이후 토론으로 진행된다.

1분 발제를 위해 3일 동안 준비를 했다. 하루는 교재를 읽으며 내용을 공부하고, 2일째는 발제할 내용을 작성하고, 3일째는 발표내용을 암기하고, 발표연습을 했다.


어느 날, '대기오염과 환경정책'(air pollution and envirionmental policy)'을 공부하는 날이었다. 

나는 3일 동안 열심히 준비를 마치고, 발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옆자리에 있던 미국인 친구는 그제야 교재를 읽으며, 밑줄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인 순서가 되니, 2분 정도 가볍게 발표를 마쳤다. 허탈했다. 나는 3일 준비한 미션을 이 친구는 3분 만에 끝내버렸다. 그 친구가 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발표내용이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 나는 1분 발표하려고, 3일 동안 끙끙대며 준비를 하는데, 저 친구는 준비도 없이, 그 자리에서 대충 훑어보고, 여유 있게 발표하는구나!"


발제 이후에 이어지는 토론시간.

다른 학생의 이야기와, 선생님의 코멘트에 집중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모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다른 학생이 손을 들고, 내가 하려던 취지의 발언을 해버린다. 그러고 나면, 다시 고민에 빠진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 이 이야기는 어떻게 영어로 표현해야 하지?"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 논의 주제는 다른 분야로 넘어가버린다.


이러다 보니, 토론 과정에 제대로 참여도 못 해보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3시간 내내, 머리에 쥐가 나는 기분이었다. 얼굴은 상기되고, 몸은 긴장되었다. 이런 시간이 매주 반복되는데,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이렇게 몇 주 반복되다 보니, 짜증도 나고, 오기도 생겼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10년 이상 영어공부를 했는데, 왜 영어로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걸까?"

"미국 유학 간다고, 'SNULT'(서울대에서 개발한 영어능력 평가시험), 토플(TOEFL), GRE(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수학능력 시험)등 온갖 시험을 다 통과했는데, 왜 토론 몇 마디도 제대로 못할까?"


나의 영어공부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힘들게, 힘들게 수업에 참석했다. 다행히 토론에서 감점을 받은 부분은 우수한 보고서로(학급에서 2등 점수 획득) 보충하여 그 과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영어천재, 홍대리를 만났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2년, 어느 정도 영어 스트레스를 잊어갈 때였다.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나는 요즘, 김훈의 '칼의 노래'라는 책에 푹 빠져있어."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야. 그런데, 이걸 다 읽고 나면, '현의 노래'도 읽지 않을 수 없을걸~!"


정말 그랬다. 대학졸업 후 20년이 넘도록 독서, 특히 소설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그런데, 친구의 권유로 '칼의 노래'를 읽고는 소설에, 독서에 푹 빠져들었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 '현의 노래, ' '남한산성, '을 차례대로 읽었다.

그렇게 소설책에 재미를 붙여나가다 보니, 휴일이면 도서관에도 가고, 서점에도 종종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을 발견했다.

천재 시리즈 책은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했다, 독서 천재, 골프 천재, 회계천재, 경매천재 등등.... 

그리고 각각의 책은 저자가 모두 달랐다.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저자가 되었다. 


박정원 님(필명 박코치)이 쓴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는 이런 내용이다.

군대 제대 후 로봇회사에 입사해 얼떨결에 해외수출 업무를 맡게 된 홍대리. 하지만 '영어울렁증' 때문에 큰 고생을 하게 된다. 이때 영어 문외한 체대생에서 2년 만에 억대 연봉의 영어강사가 된 박코치를 만나 특별훈련을 받아 영어고수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책에서 박코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우리가 수영을 배울 때, 책상에 앉아 이론으로 공부하지 않는다.
그냥 걸으며 넘어지며 걸음마를 배우고, 수영장에서 물장구치고 훈련하면서, 수영을 배우는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하면 안 된다,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영어훈련을 도와주는 코치다."


"영어를 공부하면 안 된다, 훈련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서, 그동안 내가 왜 영어회화가 안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6개월 정도, 박코치가 운영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해 영어 훈련을 했다. 영어 스피치가 재미있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후에는 집 근처에 '영어회화 동아리'에 가입했다. 젊은이들과 매주 한 번 커피숍에서 만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Toast Master" 프로그램에도 다시 참여했다.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스피치 능력강화 프로그램인데, 유학 전에도 몇 번 참가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했었던 프로그램이다. 영어훈련을 1년 정도하고 나니, 내가 생각하는 것을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 편안해져서, 이 프로그램에도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영어훈련을 한 지 3년, 영어에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 유학 경력이 있다 보니, 인재개발원에서 종종 영어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과거에는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이제는 자신 있게 강의를 수락할 수 있었다. 몇 차례 영어강의를 했더니, 인재원에서 영어실력이 좋은 강사로 등록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개발도상국가의 공무원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환경정책 워크숍"에 토론 주재 강사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좀 더 일찍 영어훈련을 했었더라면~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영어공부를 10년 이상 한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그런데 길을 가다, 외국인을 만나면, 간단한 영어회화 한마디를 못해 진땀을 흘린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에는 학교에서도 문법위주가 아닌, 실전위주, 회화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에서는 시험영어가 대세인 듯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많이 후회가 된다. 

내가 학창 시절에, 좀 더 젊었을 때 영어훈련을 했었다면, 유학시절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도 더 즐겁게 영어를 하고, 더 좋은 선택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영어, 공부하지 마세요. 훈련하세요~!"  

영어회화 때문에 고민하는 분, 

지금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영어 훈련을 통해, 더 넓은 세계 속으로, 인생의 기회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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