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적어도 2~3일, 많을 때는 거의 매일 마셨다. 모임이 없는 주말에는 집에서, 저녁 먹으면서, 반주로 맥주나 막걸리를 한두 잔씩 한다.
주말 부부라,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도 영향이 크다.
저녁이 되면 왠지 허전해져, 술자리를 찾았다. 모임이 없을 때는 집에서 혼자 마셨다. TV를 보거나,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나, 막걸리를 곁들였다. 이러다 보니, 술을 마시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
술 약속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혼자 가볍게 한잔,
음주 습관에 제동이 걸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금주령'이 내려졌다. 2~3년 전부터 엄지발톱이 이상하게 변했다. 발톱 색깔이 검어지고, 두께가 두터워졌다. 최근 이런 증상이 심해져 알아보니, '발톱 무좀'이란다.
심각한 병은 아닌데, 다른 부위로 번지기 쉽고, 심해지면 발톱이 빠질 수도 있단다.
치료를 받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치료방법이 간단하지 않다. 최소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상 발톱이 변형된 발톱을 완전히 밀어낼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금주
피부과 병원을 찾아갔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써야 한단다. 의사 선생님은 "먹는 약은 필수, 바르는 약은 선택"이라 하셨다.
그만큼 먹는 약이 중요하고, 도중에 중단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특별히, 이렇게 강조하셨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절대로 술을 드시면 안 됩니다."
"독성이 강한 약이라, 간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됩니다."
약을 먹는 동안 술을 마시면, 간기능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6개월 동안 계속해서 약을 먹는 것은 아니다. 약이 독하다 보니, 일주일간 약을 먹고, 이후 3주 동안은 약을 먹지 않고 쉬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6개월 이상을 지속해야 한다.
약에 대한 부작용이 없는지, 한 주간 시험용 약을 복용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받고서, 일주일간 본격적으로 약 복용을 시작했다. 이 덕분에 2주 동안, '비 자발적인 금주(禁酒)'를 하게 되었다.
가끔 술 생각도 나고, 술자리에 가지 못해 무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료함을 지우기 위해, 퇴근 후에 공원산책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도 했다.
2주가 지나면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평소 그리 애써도 줄지 않던 체중이, 2킬로나 줄었다.
운동이나 식사를 신경 쓰지 않고, 술만 안 마셨을 뿐인데, 이 정도 효과가 있다니, 깜짝 놀랐다.
2주간 금주했더니, 일어난 일
2주간 금주를 마치고, 이후 3주간은 약을 먹지 않고 지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은 '반드시 금주', 그 이외 기간에는 '가급적 금주'할 것을 요청하셨다. 그래서, 금주 후에 처음 가진 술자리에서도 적게 마시려 노력했다. 평소 같으면, '소맥'(소주와 맥주를 적당량 섞은 술)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맥도 사양하고, 맥주만 몇 잔 마셨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술이 맛이 없게 느껴졌다. 취기가 오르는 건 모르겠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2주 동안 술 마시는 걸 잠시 쉬었을 뿐인데, '몸에서 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술이 없으면, 만남과 식사 자리의 즐거움이 반감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2주간 술을 끊어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술을 마셔도 즐겁지가 않았고, 오히려 술이 몸에 들어왔을 때 약간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느낌이 어색했지만, 잘 되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이 참에 술 마시는 습관을 확 바꾸기로 했다. 술자리는 일주일에 1번, 불가피한 경우만 하는 걸로, 술 종류도 맥주나 막걸리처럼 가벼운 걸 즐기기로 했다.
2주간 禁酒 경험 후, 술자리는 가벼운 막걸리로
무좀에 감사?
치료를 시작한 지,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발톱무좀 치료만 받았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술 마시는 습관이 바뀌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볍게 마시는 걸로.
둘째,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올해 목표했던, 4킬로 감량 목표를 달성했다.
셋째, 술을 줄이면서,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건강습관으로 바뀌었다.
발톱 무좀은 절반 정도 없어져 가고 있다. 아직, 3~4개월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못된 발톱무좀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술 없이 즐기는 금주생활의 즐거움을 체감하게 해 주었다. '무좀균'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