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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빈 Jun 29. 2023

격동의 20대가 만든 '나',
그리고 모든 여성들에게

#1-2 여담 : 여자들의 이야기

인터뷰는 사전 인터뷰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사전 인터뷰지에서는 아홉 개의 키워드를 제시한 후  인터뷰이가 마음에 드는 단어를 선택하여

 대답하도록 하였고, 인터뷰는 인터뷰이가 대답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Q. 생존에 대한 윤아 씨의 답변이 인터뷰 질문과 닮아있어서 놀랐어요. 

윤아 씨의 말처럼 우리는 낙태를 당하지 않았고, 운 좋게 등하굣길을 무사히 지나다녔으며, 혼자 삶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해치지 않았죠. 윤아 씨에게 20대 여성으로서 한국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  살아있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도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흐름은 태어나서 살다가 내 의지가 아닌 것으로 죽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삶의 흐름대로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쩌면 지금 나는 생존해 있는 것일수도 자각하고 나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여성이 있다면 내 힘닿는 곳까지 연대해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내가 했던 모든 연대 활동이 그곳에 여성이 있어서이기 때문이었어요. 

어느 곳을 가도 집단에서 더 약자는 여성이었죠. 



Q. 윤아 씨는 연대를 이야기하며 대학에 입학하여 경험한 것들이 윤아 씨의 생각이나 신념을 만들었다고 하였어요. 대학에서 형성된 윤아 씨의 신념은 무엇인가요?


A. 거창한 건 아니지만 진보적인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차별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현장에 가서 느끼는 건 정말 달랐거든요. 집회하는 곳을 몇 번 가봤는데 그곳을 가면 생각보다 사람이 정말 많고, (집회 주제의) 당사자들도 많고, 그 사람들과 연대하려고 온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것들을 보고 나면 기분이 이상해요. 내가 살았던 세상이 이랬나 싶어요. 


제일 크게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건 대학교 청소노동자분들이에요. 청소노동자분들은 학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은 아침부터 나와야 하고 휴게공간조차 보장되지 않아요. 특히 제 학교 같은 경우에는 청소노동자분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없어서 비좁은 곳에서 쉬고 계세요. 처음으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을 때의 충격. 그런 것들을 보게 되다 보면 이 세상에 차별받아야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격동이라는 키워드에 윤아 씨는 

"10대로 지낸 10년보다 20대로 지낸 4년이 훨씬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대답했어요. 아마 윤아 씨에게 20대의 4년은 격동의 4년인 듯한데, 

이 격동의 시기가 윤아 씨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A. 회의주의. 하지만 회의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해요. 

집회를 참여하고 그런 활동을 하고 나면 회의를 느끼게 돼요.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하기를 원하지만 그렇지 않지 않잖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회의주의에 따르면 포기할 것들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버리고자 노력 중이에요.

 

제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그럴 수 있지"인데 그럴 수 있지의 태도를 배우고자 해요. 

나랑 다르다고 해서 저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게 된 것 같아요. 



Q. 인터뷰가 마지막에 이르렀어요. 윤아 씨에게 20대가 어떻게 남을지 궁금해요.


A. 언젠가부터 한 생각인데 내가 내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려면 30대에는 무언가 오래 살아갈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한 것 같아요. 30대에는 무언가 안정적으로 (고정적으로) 무언가 하는 사람이 되어야 내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20대 때 뭐라고 많이 해놔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Q. 마지막으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짱. 20,30 여성 짱. 모든 연령대 여성 짱.


왜냐하면 이 메시지를 볼 사람은 인터뷰를 읽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지금까지 살아서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짱이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말을 하고 싶지만,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아서 짱이라고 하려고 해요. 





여담 : 윤아는 나조차도 확신이 없던 내 인터뷰 프로젝트의 첫 인터뷰이가 돼 줄 것을 자처해 준 고마운 친구이다.  인터뷰가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럽게 되자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인터뷰를 준비해 왔는데."라고 대답하던 윤아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힘이 닿는 데까지 여성의 편에 서서 연대하겠던 윤아에게 나 또한 너의 편으로서 언제까지고 함께하겠다는 고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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