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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Nov 29. 2023

힘쎈여자 강남순 #2/6

02. 힘을 표현하는 기법

02. 힘을 표현하는 기법


<힘쎈여자 강남순>은 코미디가 가미된 드라마이다 보니 ‘파워’에 대한 표현이 가히 지나친 감이 있다. 슈퍼히어로의 감을 제대로 살리자면 슈퍼파워(이것도 길다. 이후로 그냥 ‘힘’으로 통일함)의 표현은 무척 중요한데, 제작진은 이 부분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 힘에 대한 고찰을 통해 주인공의 됨됨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든지, 아니면 아예 컴퓨터 그래픽의 힘과 기술력을 빌려 시각적인 명쾌함을 강조하든지 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리처드 도너가 처음으로 <슈퍼맨>을 영화로 불러온 1979년 첫 슈퍼맨 극장 영화인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은, 물론 기술적으로 현재의 기술에 비해 차이가 크지만, 일단 그 내용 면에서는 그 어떤 슈퍼맨보다 가장 서사적으로 완성된 형태였다.


힘에 비중을 두면서도 슈퍼맨의 고향 행성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를 입양한 조나단 부부와의 만남과 그들의 선량한 인간성에 의해 성장한 슈퍼맨이 얼마나 초인적인 힘을 선량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지, 또한 그 선량함에 대한 악의 도전을 극복해 가는 과정과 보상처럼 주어지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탄탄하고 그럴듯한 이야기 전개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반면 역사적인 시대 배경까지 생각한다면, 냉전 시대의 미국의 국가적 욕구와 과시는 한 편의 영화에서조차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슈퍼맨은 상징적이다. 여러 구성적 배경과 심지어 슈퍼맨의 복장 디자인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은 오히려 영화와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있어 좀 더 솔직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


힘의 표현은 이렇듯 서사에 녹아 저력을 보이든가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표현된 것처럼, 물리적인 힘에 대한 시각적인 경험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매트릭스>는 내용 면에서 신화와 종교적인 차원으로까지 철학적·사회적으로 분석해 볼 만한 훌륭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새로운 경험이 획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대 과학기술의 혜택을 입어 현란한 카메라 기법이 도입되었고, 고난도 촬영 기법을 사용했지만, 그런 기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그 당시에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타격감과 경이로운 액션을 선사해 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시각적으로 충격을 안겨줄 수 있는 방식은 일반 장르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다르다. 인물, 배경, 사건 못지않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요소로서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힘쎈여자 강남순>은 <도봉순>에 비해 비약적으로 강력해진 힘을 발휘하지만, 정작 그 표현에 있어서는 내면적으로든 물리적인 표현으로든 어설프다. 마치 만화적 표현 그대로를 차용한 것 같은, 현실감 제로의 힘에 대한 표현은 오히려 극을 함께 끌어가는 인물과 사건의 중압감마저 종잇장처럼 가볍게 만든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엉성한 구성과 설득력 없는 서사로 이어지고, 인물들에 대한 몰입감도 떨어져서 특성을 잃어버렸다. 영화는 영화답게, 드라마는 드라마답게, 만화는 만화답게,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다운 특성을 살려야 하는데, <강남순>의 경우에는 ‘답게’에서 실패한 것 같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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