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Power and gender
편성 : JTBC 2023.10.07.~2023.11.26., 16부작
제작사 : 바른손씨앤씨, 스토리피닉스, SLL
연출 : 김정식, 이경식
극본 : 백미경
등장인물
강남순(이유미), 황금주(김정은), 길중간(김해숙), 강희식(옹성우),
류시오(변우석), 리화자(최희진), 강봉고(이승준), 강남인(한상조),
황금동(김기두), 정나영(오정연), 오영탁(영탁), 진선규(유하성),
지현수(주우재), 노선생(경리), 김석호(송진우), 하동석(정승길),
브래드송(아키라), 서준희(정보석), 김남길(이중옥), 황국종(임하룡),
윤비서(윤성수), 김마담(박혜나), 젠틀맨(이용우), 태리(한다희)
초인적인 힘을 타고난 길중간, 황금주, 강남순 3대 모녀가 러시아 마피아와 관련된 신종마약과 관련된 사건을 파헤친다는 이야기이다.
일단 드라마 제목에 ‘힘쎈’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그대로 ‘힘쎈’으로 표기하기는 하겠지만 ‘힘쎈’은 잘못된 표기다. ‘힘’이 ‘쎄다’라는 표현은 없고, ‘힘’이 ‘세다’가 맞다. 그러므로 ‘힘센’이 맞는 표기임을 밝힌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정치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것이 미디어 산업이다. 그만큼 큰돈이 움직이기에 그 자본력에 따라 소소한 변동이 반영된다.
그 변동이 시리즈일 때, 너무 큰 변동은 살짝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제목만 딱 봐도 ‘시리즈’ 임을 알 수 있는, 이전 작품인 <힘쎈여자 도봉순>의 느낌과는 너무도 달라진 이번 작품이 희한하게도 작가는 같은 사람이라는 데 개인적으로 놀랍기도 하고 실망도 컸다.
시리즈의 묘미는 전편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이어지는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재미가 있는데, ‘세계관’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이런 경우가 잦아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박보영(도봉순)과 박형식(안민혁)이 잠깐 얼굴을 내밀었던 장면보다 더 재미있게 묘사된 장면은 1화에서 배우 김원해가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해는 <도봉순>에서 허접한 악당으로 나와 도봉순에게 재해 수준으로 당하는 인물인데, <강남순> 1화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로 등장해 ‘황금주’에게 매몰차게 당해준다. 이런 서비스 차원의 카메오는 늘 반갑다.
사회적 흐름에 빠르게 편승해서 따라가는 작품 세계를 경멸하는 나로서는 <힘쎈여자 강남순>을 보며 많은 부분에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작가 자신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을지 몰라도, 작가 개인의 작품성 외에 외부에서 버무려진 양념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편협한 젠더 의식과 빠른 시대적 편승, 특히 정치적 코드가 은근히 묻어나고 있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다.
코미디를 보고 다큐멘터리 비평하듯 한다면 그것도 코미디가 될 수 있겠지만, 세상 살아가는 모든 사회적 이야기가 무작정 코미디가 될 수는 없기에, 오히려 코미디에서 더욱 매서운 시선을 가지고 살펴야 하는 시대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그래도 침착하게 순차적으로 얘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화두는 ‘성별(性別)’이다. 성별은 ‘남성’과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구별하는 뜻이지만, 영어로 ‘gender’는 생물학적인 의미의 ‘man’이나 ‘woman’을 뜻하지 않는다. 생물학적인 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 역할 또는 성적 정체성을 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 내에서 남녀의 성평등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내에서 구별할 수 있는 성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힘쎈 여자’는 <원더우먼> 이후로 슈퍼히어로 세계관에서는 드문 경우이므로 <도봉순>은 한국 드라마로써 신선한 맛은 있었다. ‘힘쎈’ 부분에 대한 의도와 표현 방식은 <도봉순>의 경우에 그나마 봐줄 만한 소박함이라도 있었다. 그 소박함은 ‘비현실의 현실화’가 필수적인 슈퍼히어로물을 보는 데 있어서 나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강남’이라는 이름의 스케일적 이미지에 맞춘 것인지 몰라도 일단 ‘파워’에서 <도봉순>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대중이 매운맛 라면을 좋아하면 점점 더 매운맛이 경쟁하듯 나오는 것처럼, 대중매체의 표현력도 점차 자극적으로 강해지는 추세에 따른 것 같다.
사실 강북 도봉구와 강남 강남구의 차이가 왜 이렇게 규모적인 차이로 와닿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차이는 곧 경제적 차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져 있음에도 이런 지역적 편차를 드라마에 도입한 이유는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며, 대한민국 여성들이 부동산에 대안 관심과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하여, 여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으려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이런 이름의 상징성은 사실 드라마 구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봉순>에서 업그레이드된 듯한 잘못된 느낌을 주고 있다. ‘도봉’과 ‘강남’을 제외한 공통점은 ‘순’이다. 타깃은 분명하게 많은 ‘순’들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방향성은 명료해 보인다.
경제적 차별이나 지역적 차별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경제적 차이와 지역적 특수성을 끌어와 힘(Power)과 부, 젠더와 엮어서 이야기하는 건 너무 큰 모험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젠더’와 관련된 언행은 워낙 사회적으로 예민한 분위기라서 함부로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드라마에 대해 느낀 그대로는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사실 ‘힘쎈’과 ‘여자’는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다. <원더우먼>을 겪은 세대로서 여성이 되었든, 남성이 되었든 슈퍼히어로로서 역할은 성별과 관계없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말은 곧 ‘능력’은 성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거니와 슈퍼히어로와 힘은 사실 알고 보면 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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