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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01. 2023

힘쎈여자 강남순 #4/6

04. 중요한 건 힘이 아니라 의도이다.

04. 중요한 건 힘이 아니라 의도이다.


초인적인 힘이나 초능력이 있으면 슈퍼히어로가 되어야만 할까? 그럴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강남순을 비롯해 황금주와 길중간은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 자신만만한 모습의 근원이 남들보다 월등히 강한 힘 때문이라면, 그들은 일반인보다도 불행한 존재일 수도 있다. 뜨거운 줄 모르고 부뚜막에 뛰어드는 고양이 같다고나 할까.


단,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 여러 슈퍼히어로를 포장하는 것은 ‘자부심’ 또는 ‘자긍심’이다.

‘좋은 일’을 행한다는 것, 그것도 다른 사람들은 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척척 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일반인이나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의 단계는 일찌감치 넘어서서 그들이 사회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자부심’이나 ‘자긍심’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강남순은 자기에게 주어진 강한 힘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말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좋은 의미로 들린다. 다시 말하지만, 초인적인 힘이나 초능력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힘을 가진 사용자의 생각이나 의도가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 ‘좋은’의 판단은 누가 정하는 걸까?

‘좋은’ 일인 줄 알고 행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면 어쩔 것인가? 사실은 이건 정말 어려운 이야기이다. 꽤 두꺼운 책으로 한 권 쓰기에도 벅찬 주제일 것이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도봉순>에 이어 이 점에서 편리한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나쁜 일’에 힘을 쓰면 힘을 잃는다는 설정이다.


길중간은 좀 심하다 싶을 만큼 폭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남편 황국종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에도 이 원칙을 내세우며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힘’을 놓고 보면 사실 약자는 황국종이 분명한데, 큰소리는 길중간이 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권력기관과 서민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새로운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로맨스든 불륜이든 감정에 따라 개인적인 선택을 한 데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녀는 모든 일처리에 있어 힘을 앞세우고, 폭행과 폭력을 앞세우며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한다. 그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이 자신의 처신 때문에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쟁이 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특별한 힘을 가진 주인공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전쟁터에 나가 적을 가차 없이 모두 죽여버렸다. 이건 싸움이라기보다 그냥 학살에 가깝다. 이건 도대체 누구에게 또는 무엇에 ‘좋은’ 일인가? 또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인가? 초능력자 본인? 물론 힘을 가지고 그 힘을 사용하는 본인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하지만 초능력이나 초인적인 힘은 ‘좋음’과 ‘나쁨’을 선별하는 능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일반 사람들보다 월등한 무엇을 가진 인간은 대부분 우월감을 느끼고, 거기에 취한다. 즉 내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나를 마시고 있는 것을 모르는 상황이 된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 자체를 떠나기 쉽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독재자나 전쟁광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다. 다만 선택과 판단은 남들과 다른 부분보다 더 중요하고, 자율성은 의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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