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AI 시대, 책은 정보보다 ‘관점’을 남겨야

전문가의 책쓰기, 열 한번째 글

by 멘토K



늦은 밤 원고를 정리하던 어느 날, 책상 위에 펼쳐진 자료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시장 보고서, 인터뷰 기록, 정책 문서, 강의 노트까지. 몇 년 동안 모아온 자료들이었다. 그 자료들만 보면 충분히 한 권의 책이 될 것처럼 보였다. 정보는 이미 충분했다. 오히려 넘친다고 말하는 편이 맞았다. 그런데도 그는 원고를 쉽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문제는 자료의 양이 아니었다. 관점이었다.


그때부터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이 책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라면, 굳이 책으로 남길 이유가 있는가. 지금은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몇 초 안에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정리되어 나온다. 시장 분석도, 정책 흐름도, 성공 사례도 대부분 이미 공개되어 있다. 그런 시대에 전문가가 책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자료를 모아 정리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AI 시대의 책쓰기는 정보 경쟁이 아니다. 관점 경쟁이다.


과거에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특정 분야의 자료를 오래 축적한 사람이 권위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보의 접근 비용이 거의 사라졌다. 검색 몇 번이면 필요한 자료가 나온다. AI는 그 정보를 정리하고 비교하고 요약해 준다.


이 변화는 전문가에게 묘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정보가 공개된 시대에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멘토 K는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그 답을 조금씩 발견했다.

전문가의 책은 정보를 많이 담는 책이 아니라,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독자는 이미 정보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정보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어렵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관점이다.



관점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실패, 시행착오를 거치며 형성된 기준이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어떤 사람은 기회를 보고, 어떤 사람은 위험을 본다. 그 차이는 정보의 양에서 나오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에서 나온다.


책을 통해 전문가가 남겨야 할 것은 바로 그 기준이다.


멘토 K 역시 처음 책을 쓸 때는 이 사실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초기 원고를 보면 정보가 많았다.

사례도 풍부했다. 현장에서 경험한 프로젝트와 다양한 전략을 정리해 넣었다. 원고는 두툼했고, 읽을 거리는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이상한 반응을 듣게 되었다.


“정리가 잘 된 책이네요.”


이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한계를 드러낸다. 정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AI도 잘한다. 정리된 정보만으로는 책이 오래 남지 않는다. 독자는 정보를 참고할 수 있지만, 저자를 기억하지는 않는다.


그는 원고를 다시 읽으며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정보의 양을 줄이고 관점을 더 앞에 두기로 했다.


어떤 전략을 소개할 때도 단순히 사례를 나열하지 않았다. 왜 그 전략이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있는지 먼저 설명했다. 어떤 정책을 분석할 때도 단순한 해설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 정책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 이후의 변화까지 자신의 판단을 덧붙였다.


처음에는 망설임도 있었다.


관점을 분명하게 말하면 반대 의견이 생길 수 있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그 점이 책을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관점이 분명한 책은 독자를 나눈다.


동의하는 독자는 더 깊이 공감하고, 동의하지 않는 독자는 책을 덮는다. 그 과정에서 책은 더 선명해진다.



AI 시대에는 이 차이가 더욱 중요해졌다.


AI는 대부분의 정보를 중립적으로 정리한다.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그것이 AI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AI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기 어렵다.


전문가의 책은 그 지점에서 역할을 갖는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말하는 것.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 판단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관점이다.


멘토 K는 강연 현장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AI가 이렇게 발전하는 시대에도 책을 써야 할까요?”


대개 이렇게 답한다.


정보를 정리하려는 책이라면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이미 세상에 충분하다. 그러나 자신의 관점을 남기고 싶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대다. 정보가 넘칠수록 기준을 찾는 사람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온 생각의 구조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그래서 좋은 책을 읽으면 독자는 정보를 얻었다는 느낌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람은 이렇게 세상을 보는구나.


그 문장이 남는다면 책은 이미 역할을 한 것이다.



AI 시대의 전문가 책쓰기는 쉬워지긴 했지만, 관점을 담으려면 더 어려워졌다.

정보만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더 솔직한 질문이 필요해졌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나는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나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책의 방향이 만들어진다.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고 새로운 사례가 등장한다. 그러나 관점은 오래 남는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책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방향이 된다.


AI 시대에도 책이 계속 읽히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사람들은 정보보다 관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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