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사랑이 없다면 나도 없다.
난을 키운다는 소문이 주변인들에게 퍼졌을 때 우리 집 죽어가는 난 좀 살려달라며 이 사람 저 사람이 날 찾았다. 그들은 마치 내게 맡기면 새 생명을 얻으리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아직 초짜인 내게 그들은 축 쳐진 화분을 내게 넘겼다. 죽어가는 불씨를 키우듯 새 생명을 축 쳐진 잎사귀에서 되살려내길 바랐다.
비록 지금은 축 쳐지고 뿌리가 썩고 잎이 노랗게 변했지만 과거에는 대단히 예쁜 꽃을 한 아름 피운 적이 있는 녀석들이다. 이제 막 난 키우는데 재미를 붙인 내가 그때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너에게 다시 한번 돌려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하며 분갈이를 하고 영양제를 주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모셔놓는다.
다행히 나의 정성에 녀석들은 반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잎과 잎 사이에 새로운 잎이 나온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어리다는 건 귀엽고 싱싱함의 윤기가 흐르는 것인가 보다. 반들반들한 어린 잎사귀들이 나오고 뿌리가 새로 나온다. 내 나름의 정성을 네들이 알아주고 반응해 주기에 점점 식물집사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식물을 키우며 그들이 얼마나 점잖은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바로 감지할 수 없지만 식물은 내가 붓는 정성에 어떻게든 반응을 한다. 매우 조용하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더 이상 화분을 놓을 자리가 없을 것 같지만, 또 눈에 들어오는 화분이 있어서 구입을 했다. 아주 작은 꼬꼬맹이 나무를 5년 동안 키운 녀석 옆에 놔두자 마치 엄마와 아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구입한 녀석의 이름을 내 딸아이의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아직 어리고 잎사귀도 작고 흐릿하지만 더 크고 굵고 튼튼해질 가능성이 가득하니까 말이다.
나는 너를 매우 사랑하며 키울 것이다.
너의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걸고 물을 주고 흙을 갈아주고 화분이 비좁아지면 더 큰 곳으로 옮겨주면서 말이다.
그럼 너는 내게 꼭 너의 최선을 다해 반응을 해주길 바란다. 고맙다는 표현도 사랑한다는 표현도 좋고 기분 좋다는 표현도 좋다. 그래도 꼭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삶과 식물 집사의 삶 모두 사랑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