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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Sep 30. 2024

사랑 없이 널 키울 수 없다.

너의 사랑이 없다면 나도 없다. 

난을 키운다는 소문이 주변인들에게 퍼졌을 때 우리 집 죽어가는 난 좀 살려달라며 이 사람 저 사람이 날 찾았다. 그들은 마치 내게 맡기면 새 생명을 얻으리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아직 초짜인 내게 그들은 축 쳐진 화분을 내게 넘겼다. 죽어가는 불씨를 키우듯 새 생명을 축 쳐진 잎사귀에서 되살려내길 바랐다. 


비록 지금은 축 쳐지고 뿌리가 썩고 잎이 노랗게 변했지만 과거에는 대단히 예쁜 꽃을 한 아름 피운 적이 있는 녀석들이다. 이제 막 난 키우는데 재미를 붙인 내가 그때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너에게 다시 한번 돌려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하며 분갈이를 하고 영양제를 주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모셔놓는다. 


다행히 나의 정성에 녀석들은 반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잎과 잎 사이에 새로운 잎이 나온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어리다는 건 귀엽고 싱싱함의 윤기가 흐르는 것인가 보다. 반들반들한 어린 잎사귀들이 나오고 뿌리가 새로 나온다. 내 나름의 정성을 네들이 알아주고 반응해 주기에 점점 식물집사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식물을 키우며 그들이 얼마나 점잖은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바로 감지할 수 없지만 식물은 내가 붓는 정성에 어떻게든 반응을 한다.  매우 조용하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더 이상 화분을 놓을 자리가 없을 것 같지만, 또 눈에 들어오는 화분이 있어서 구입을 했다. 아주 작은 꼬꼬맹이 나무를 5년 동안 키운 녀석 옆에 놔두자 마치 엄마와 아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구입한 녀석의 이름을 내 딸아이의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아직 어리고 잎사귀도 작고 흐릿하지만 크고 굵고 튼튼해질 가능성이 가득하니까 말이다. 


나는 너를 매우 사랑하며 키울 것이다. 

너의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걸고 물을 주고 흙을 갈아주고 화분이 비좁아지면 더 큰 곳으로 옮겨주면서 말이다. 

그럼 너는 내게 꼭 너의 최선을 다해 반응을 해주길 바란다. 고맙다는 표현도 사랑한다는 표현도 좋고 기분 좋다는 표현도 좋다. 그래도 꼭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삶과 식물 집사의 삶 모두 사랑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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