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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Nov 04. 2024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널 향한 응원이다. 

한인 마켓에서 파는 고구마 중에 빨간색 박스 안에 한가득 들어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그 박스 안에는 몇십 명이 먹을 만큼의 고구마가 담겨있는데 날이 추워진 요즘 가라지 안에 놔두면 꽤 오랜 시간 고구마를 보관할 수 있다. 며칠 전 장을 보면서 빨간색 고구마 한 박스를 사놓으니 기분이 좋았다. 언제든 먹고 싶을 때 맛있는 고구마를 가라지에서 가져다가 에어프라이어 400도에 맞춰 구우면 따끈따끈한 군고구마가 된다. 딸아이는 고구마를 우유랑 먹고 나는 고구마와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생각이 나면 총각김치 하나를 꺼내는데 딸아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이해할 없다. 하지만, 고구마에 진심인 사람은 알 것이다. 총각김치의 아삭함이 고구마와 얼마나 어울리는지 말이다. 


어릴 적 아이는 종종 쿠키를 물에 찍어먹곤 했다. 우유에 찍어먹는 건 봤어도 물에 찍어 먹는 건 매우 독특한 선택 아닌가? 그럴 때마다 나는 묻곤 했다. "우유 줄까?" 그럼 아이는 물이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도대체 물에 쿠키를 찍어 먹으면 무슨 맛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식성이었다. 아이는 쿠키가 부드러워져서 좋다고 했다. 우유에 넣으면 우유맛과 쿠키가 섞이지만 물에 찍으면 쿠키맛만 난다는 게 아이의 설명이었다. 녀석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나는 그 괴상한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아이가 커가며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신기했다. 어떻게 고기를 안 먹지? 인생은 고기서 고긴데 왜 고기를 안 먹는 걸까? 아이는 너무 많이 씹어야 해서 싫다고 했다. 하지만, 브로콜리는 마치 초식동물이 풀을 뜯어먹듯이 먹었다. 밥보다 더 많이 먹고 반찬보다 더 많이 먹는 게 브로콜리였다. 건강한 선택이라지만 고기를 거부하고 브로콜리만 물고 있는 아이에게 단백질도 먹어야 한다고 한 마디 던진다. 그럼 아이는 겨우 한 입 고기를 먹고 오물오물 거린다. 매우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이다. 


아이는 얼마 전 뮤지컬 오디션을 봤다. 사람들에게 판단을 받기엔 너무 어린아이가 행여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싶어 노심초사했지만 아이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노래를 부르고 나왔다. 내가 네 나이 때 누군가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상상조차 한 적이 있을까? 


내 뱃속에서 나온 너는 어쩜 이리도 나와 다를까? 녀석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것들이 내가 관심조차 가져보지 않았던 것일 때 나는 녀석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우린 비슷한 면도 참 많지만 다른 면도 참 많구나. 


나는 완전 다른 독립적인 인격체를 키우고 있다.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너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고 너의 선택이 바르고 옳은 것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아이를 키우며 나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기도만 드린다. 

내가 아무리 잘 키우려고 발버둥 쳐도 아이는 아이만의 폭풍을 만날 것이며 방황할 것이며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도 아픔도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난 너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너의 영원한 치어리더로 네가 손 내밀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곳에서 있을 것이다.  네 주위를 맴돌면서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겸손함을 경험한다. 

독립된 인격체를 키우는데 내 노력으로는 절대 한계가 있기에 나는 신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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