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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쪼 Dec 13. 2023

월급 받고 잔소리합니다

동네 물리치료사의 고백



"아이고- 나이 먹으니까 좋은 거 하나도 없데이. 안 아픈 데가 없다! "



지방의 시장 근처에 위치한 의원 물리치료실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60대 이상 노인분들이기에 모든 통증은 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굳게 믿고 계십니다.



"늙으니까 안 아픈 데가 없어 ~"

"그죠 어머니~여기저기 아프니까 움직일 힘도 없고 입맛도 없고 그러시죠."

"그래, 아가씨 ~ 늙지 마라 ~ 늙으면 다 손해야."



토닥토닥 제 허리를 두드리며 '아가씨는 늙지 마'당부하듯 이르는 어르신의 손길에 웃음이 납니다. 이럴 때 보면 저는 둥그스런 순한 성격은 아닌가 봅니다. 꼭 한마디를 붙이고 싶어 합니다.



"그렇죠 어머니~ 그런데, 댁에선 어떻게 관리하세요?"

"......"



그렇게 신나게 넋두리하시던 분이 평소에는 관리하시냐 물으면 말수가 현저히 줄곤 합니다.



"... 뭐 물리치료받고 뭐... 운동하고.."

"아 운동하세요? 어떤 운동하세요?"



운동하신다는 말씀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저와 달리 어르신은 들릴 듯 말 듯 목소리가 작아지십니다.



"걷지 뭐.. 나무에 가서 등 두드리고.."

"오~ 무릎이 안 좋으셔서 많이 걷기 힘드실 텐데.. 얼마나 걸으세요?"

"뭐... 만보는 걸어."

"어머나!"



 무릎은 인간이 걸을 때 움직임을 만들고 충격을 흡수해 주는 관절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환자에게 지나치게 많이 걷는 것은 무릎관절의 퇴행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환자 분들이 걷는 운동을 만병 통치약으로 생각하십니다. 물론 걷는 운동은 좋은 활동이지만 걷는 자세와 시간에 따라 어떤 환자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흰쌀밥만 먹는다고 영양분이 다 채워지는 게 아니듯이 다양한 운동을 적당히 하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알려드립니다.




"어머니,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생활 패턴, 습관, 직업, 체형에 따라 몸은 변해요. 몸을 돌봐주지는 않고 일만 시키면 몸이 자기 힘든 거 좀 알아달라고 표현하는 게 통증이에요. 스트레칭도 하고, 여러 가지 운동도 해보고, 잘 챙겨드시고, 잘 주무시고 하면서 몸을 신경 써주세요."



저는 관절의 통증은 '경험'에 의해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살면서 해온 '경험'들에 의해 우리의 몸은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결정한다고요.




물론 인간의 몸은 워낙 복잡하기에 간단하게 단정 짓는 것이 섣부릅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 가족력, 전염병, 노화 등 우리가 생각지 못하게 발생하는 많은 일들 속에서 몸은 적응해 나갑니다. 환자 한 분의 인생 전체를 감히 제가 가늠한다는 것이 경솔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잠깐 경솔하게 행동해 봅니다.

외부의 상황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더라도, 내 몸을 어떻게 다룰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한 월급 받으며 오늘도 환자들에게 경솔하게 잔소리를 해봅니다.





운동하세요!

걷는 것만 하지 말고 앉았다 일어서기도 해 보고, 벽도 밀어보고, 뒤꿈치도 들어보고, 옆으로 누워서 다리도 들어보고, 옆으로도 걸어보고, 스타킹 방문고리에 묶어서 어깨힘으로 당겨도 보세요. "



통증이 없으면 움직이세요!

움직여야 근육에 피도 돌고, 관절도 부드러워지고,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가 느리게 뛰었다가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껴요. 통증이 없으면 움직여야 오랫동안 움직일 수 있어요.



골고루 챙겨드시고, 자기 전에 휴대폰 보지 말고 잘 주무세요! 그래야 약 효과도 좋아요.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은 주변에 물어보고 혼자서도 해보세요. 



이렇게 잔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딸뻘, 손녀뻘 되는 제 잔소리에 따뜻한 미소 지어 주십니다. 고맙다고도 하십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너무 쉽게 조언해 버린 것 같아 송구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잔소리를 해보려 합니다. 좀 더 각각의 환자분에게 맞춤형 잔소리가 되도록 노력해보려 합니다.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할게요.








-어느 동네 물리치료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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