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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3)

오늘 엄마가 죽었다[Aujourd'hui, maman est morte]

아니 어쩌면 어제 인지도, 모르겠다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양로원에서 전보를 받았다

[J'ai recu un telegram de l'asile]

모친 사망, 내일 장례, 삼가 조의

[Mere decedee, Enterrement demain, Sentiments distingues]

이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Cela ne veut rien dire]

아마 어제였을 거다

[C'etait peut-être hier]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소설[Roman] 

이방인[L'Etranger]의 유명한 맨 처음 문단이다

어머니의 사망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1942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와중에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이었던 카뮈가 쓴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으로

1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홀어머니 아래에서 가난에 시달리며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만큼 

사회의 각종 부조리를 몸소 겪었고 그런 것들이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어린 왕자> 다음으로 유명하다는 

<이방인>의 작가이기도 하다


일단 이방인에서 건질만한 문장들은 

주로 주인공이 혼잣말을 하는 부분인데 

엄마가 주인공에게 해줬던 말들이 

인생의 진리 같은 말들이다

(카뮈 엄마가 카뮈에게 해준 말이 아닐까 한다)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있어

그건 엄마 생각이었는데, 사람은 결국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고 자주 말했었지>

[Il y avait plus malheureux que moi. C'etait d'aillleurs une idee de maman,

et elle le repetait souvent, qu'on finissait par s'habitue a tout]


<엄마는 종종 사람은 결코 전적으로 불행해지는 법은 없다고 했다>

[Maman disait souvent qu'on n'est jamais tout a fait malheureux]


<사람들은 항상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과장을 한다>

[On se fait toujour des idees exagerees de ce qu'on ne connait pas]


<누구나 어머니는 한 명뿐이다> 

[On n'a qu'une mere]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Il n y avait pas d'issue]


<이방인>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요양원에 보낸 엄마가 돌아가시자 

주인공 뫼르소는 휴가를 내고 요양원으로 달려간다

엄마의 시신도 확인하지 않고 돌아가신 엄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요양원 수위와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신다

요양원 관계자들과 알제리의 무더위 속에서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다

다음 날, 해수욕을 하러 가서 

예전에 좋아했던 마리와 우연히 만나 함께 해수욕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고 함께 밤을 보낸다

포주 노릇을 한다고 알려진 이웃집 건달의 부탁대로 

건달의 아랍인 여자 친구를 유인하는 편지를 대신 써주고 

편지를 보고 온 건달의 아랍인 여자 친구가 

폭행을 당해서 경찰이 출동하지만

거짓증언을 해주고 건달의 친구가 된다

그 와중에 개를 키우는 이웃집 영감님의 하소연도 들어준다

사장이 파리 지사 책임자로 보내준다고 해도 거절한다

여자 친구가 결혼하자고 하지만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거절한다

건달이 여자 친구와 함께 다 같이 해변으로 놀러 가자고 해서

놀러 갔다가 건달에게 앙심을 품고 따라온 

건달의 아랍인 여자 친구 오빠 무리들과

싸움을 벌이다가 아랍인 여자 친구 오빠가 

휘두른 칼에 건달이 부상을 입고

주인공 혼자 샘으로 갔다가 아랍인 여자 친구 오빠를 

너무 덥고 칼에 비친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리볼버 권총으로 1발 쏘고 쓰러진 걸 보고 

또 4발을 추가로 쏴서 살해한다

검사는 신께 회개하라 하지만 

무신론자라면서 거부하는 

주인공에게 저주를 퍼붓고

재판에서는 살인사건과 무관한 엄마의 

장례가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사형이 구형된다

형무소 부속 신부와 몸싸움과 언쟁을 벌이고

형이 집행되기 전에 사형일에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욕을 해달라면서 끝난다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프랑스어 복합 과거 시제를 

사용함으로써 당시로선

혁신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번역 논란이 있었을 만큼 

한국어 번역본의 번역이 책마다 다르긴 하다

프랑스어 원문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프랑스어 공부도 할 겸)  

한국어 번역본은 가장 최근 출간본을 읽으면 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어린 왕자>를 비롯한 생텍쥐페리가 <봉준호> 라면

<이방인>을 비롯한 카뮈는 <박찬욱>이다

어른을 위한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이랄까


현실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실존주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피부로 느낀 건

엄마한테 잘하고 건달 같은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게 교훈이 아닐까  


까뮈의 다른 작품이자

유작인 <최초의 인간>[Le premier homme]에서

건진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법을 존중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힘에 복종할 뿐이다>

<가난한 자들은 기억도 

부자들보다 풍요롭지 못해

자기가 사는 곳을 벗어날 때가 적어서 

공간적으로 기억할 만한 지점이 적고,

단조롭고 빛바랜 삶을 살다 보면 

시간적인 지점도 적을 수밖에 없어>

< 마음의 기억이 가장 정확하다 던데요>

<하지만 마음은 수고와 노동으로 소모되지 

피로의 무게에 눌려 훨씬 빨리 잃어버리는 거야>

<잃어버린 시간은 부자들이나 되찾을 수 있는 거군요>


요즘 말로 하나하나 너무 뼈 때리는 말들인데

역시 위대한 작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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