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천국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져 있다!>
필자는 금융회사에 다닌다
그것도 자본주의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사에 말이다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그 사람의 신용에 따라
일정 금액 한도를 부여하고 그 한도 내에서
재화와 용역을 구매할 수 있다
여러분이 식당에서 카드로 긁으면 대략
2~3%가 카드사 수수료 수입이 된다
(체크카드는 1~2% 정도)
하지만 신용카드사의 주요 수입원은
그게 아니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벌써 몇 번씩이나
되었지만 카드사는 돈만 잘 번다
이유가 뭐냐고? 다른 수입원이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주요 수입원은 일단 고리의 연체료와
또한 고리의 현금서비스, 지금은 카드대출로
이름이 바뀐 카드론이다
최근에는 리볼빙도 주요 수입원이다
이 역시 고리의 상품이다
(위 상품들이 대략 이자율 10~20%쯤 될 텐데
회사마다 다르다)
카드사의 핵심 수익모델은 매우 간단하다
그냥 허가받은 고금리 대출업이다
한마디로 제도권 사채업이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그리고 연체로 인한 연체료
이런 거는 주로 누가 쓸까?
당연히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급한 사정 있는 가난한 자들에게
제도권 최고 금리로 돈놀이를 하는 거다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이 따로 없다
약탈 금융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신용카드사는 가난한 자들에게 20% 고리로
돈놀이를 하지만
부자들 소위 VVIP라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굽신 모드로 일관한다
연회비 수백만 원짜리 카드라고 금박 입힌 카드에
고비용 서비스가 가득 탑재되어 있다
상품 유지하는 거 자체가 적자다
적자인데 왜 유지하냐고?
광고효과가 있으니까
유명한 사람, 권력 있는 사람들이 쓰면
다 광고가 될 테니까
예전에 어느 책에서
다이아몬드 박힌 여성 속옷
이런 거 팔리지도 않는데
왜 몇십억씩 가격 붙여놓고
전시하냐 했더니
그래야 원래 파는 여성 속옷이
싸 보이니까라고 하는
신박하지만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수백만 원짜리
연회비 카드도 있는데
고작 연회비 2~3만 원짜리인
내 카드는 뭐 싸네라고 생각하게
하는 효과도 물론 있다
결론은 신용카드사는
가난한 자들에게 받은 20% 고리의 이자로
부자들의 VVIP카드 서비스를 채워주는 것이다
신용카드사가
빈부격차를 더욱더 악화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난한 자에게는 <현대판 샤일록>이지만
부자들에게는 너무나도 고분고분하고
유능하고 다재다능한 집사다
과연 자본주의의 첨병답다
의미는 좀 다르겠지만
현대판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라고 할 수도 있고
빅토르 위고[Victor Hugo] 말대로
<부자들의 천국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져 있다>
[C'est de l'enfer des pauvres qu'est fait le paradis des riches]
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신용카드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서 <서민을 위한 00한 금융>이란
거창한 구호를 외칠 때마다
필자는 구역질이 난다
예전에 <선(先) 포인트>란 것도 비슷한 류의
일단 이익인 것처럼 속이고 뒤통수치는
전형적인 양두구육[羊頭狗肉] 상품도 있었는데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나와서 그런 건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약탈금융 아니냐는 주장을 방어하는
회사의 기적(?)의 논리는
<돈 급한 사람들 현금서비스, 카드론 아니었으면,
정말 조폭들이 하는 사채 쓰러 갔을 거야>다
<우리가 제2금융이지만 그래도 제도권에서 보호한 거야>
<신체 포기각서 쓰고 그런 거 보다는 우리가 낫잖아>
과연 누가 맞을까? 판단은 독자 여러분 몫이다
참고로, 사족이지만
부자들은 절대로 이런 상품 쓰지 않는다
여러분도 절대 쓰지 않기를 추천한다
쓰는 순간 여러분의 신용등급은
수직 낙하할 거고 회복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부분은 절대로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 악랄한 금융회사놈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