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주인[主人] 의식[意識]
월급 : 한 달을 단위로 지급하는 급료 또는 그런 방식
노예 : 남의 소유물이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인격의 존엄성마저 져버리면서까지 어떤 목적에 얽매인 사람
먼저 월급노예란 무엇인가?
위 단어의 정의와 같이 월급을 위해 회사에 목이 메인 사람들, 즉 월급을 받는 모든 직장인을 월급노예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월급노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축하한다 당신은 너무나 충실하거나 모범적인 노예라서 노예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아직 가상세계가 실제 세계라고 알고 있는, 빨간약을 먹지 않은 <네오>다
갇혀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가 감옥이라고 느끼게 하지 않는 것처럼, 회사는 항상 우리에게 노예가 아니라 엄연히 회사의 주요 구성원의 일부이자 주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새빨간 거짓말인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현대의 대한민국 회사들은 대부분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회사의 지분을 가진 주주(株主)가 당연히(!) 회사의 주인이다
이 주주 자본주의도 한국에선 그저 허울뿐이지만(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언급할 예정이다)
종업원은 말 그대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사람일 뿐이다
옛날의 <머슴> 그 이전의 <종>, <노비> 일뿐이다
일부 회사의 경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면서 우리 사주를 강제로 사게 해서(급여공제 또는 성과급의 일부로) 우리도 회사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입시키려고 한다
만약,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서 나도 회사의 주인이니까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정말 순진무구한 사람이자 노예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다 회사의 의도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직원이다 실제로 그런 의도로 주인 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회사일 수록 역설적이게도 직원을 노예로 보고 도구 취급한다는 것이다
애당초 정말 직원이 주인인 회사 거나 주인으로 대우해주는 회사라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다닌 00카드의 이른바 핵심가치 중에 하나는 주인의식이었다
항상 본인의 일인 것처럼 회사 일에 임하라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이전에는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자
야근은 물론이며 심지어는 휴일 출근이나 철야근무를 권하는 회사였다
어느 순간부터 수요일만은 소위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돼서 18시에 정시퇴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이런 행태에 대해서 아무도 의심을 품거나 반항하지 않았으며
초과근무도 인사상 불이익이 간다고 잘 올리지 않았던 것이다
초과근무를 너무 많이 올리면 승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통계전문가 K차장은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이 하면서 매번 초과근무를 올렸었다 근무평가도 좋아서 직전 3년이 모두 A였지만 그 해 승진하지 못했다 인사팀에 가서 문의해보니 승진은 인사팀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서 평가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이게 단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주야를 막론하고 열심히 일하되 승진하고 싶으면 돈은 받아가지 말라는 것이다
참고로 K차장은 얼마 후에 승진했으나 곧이어 실시한 희망퇴직에 지원하여 퇴사했다
또, 매년 1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전년도 업적을 평가한다면서(실제 제목이 업적평가대회였다)
대략 2x00명 안팎의 전 임직원을 올릭핌 경기장 같은 거대한 실내체육관에 몰아넣고
15시부터 대략 2~3시간 동안 전년도 조직 및 개인에 대한 시상을 이유로
유명 MC의 진행 하에 연예인 초대가수는 물론 임직원들의 장기자랑과 신입사원들이 맹연습한 노래와 율동 등 대규모 행사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평일 저녁에 주요 임원 및 부서장과 수상자들만
참석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가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평일 오후에 하는 것으로 다시 변경되었고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원격수업과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수상자가 아닌 대부분의 직원은 그저 박수부대이자 들러리로 동원된 것이었다
주말 초과근무수당 같은 건 언급조차 할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또, 00카드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이라면서 주말에 회사에서 주관하는 자원봉사활동으로 직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직원 개인별로 연간 8시간의 권장 봉사활동 시간을 지정해서 부서평가에 반영했다
한마디로 내가 8시간 봉사활동 다 채우지 않으면 나로 인해 부서평가가 안 좋아지는 것이니 부사 평가 점수 0.01점에도 목숨을 거는 부서장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업무성과와는 별개로 부서장과 부서별 봉사활동 담당자에게서 본격적인 추궁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만 사장과 00금융지주 회장 등 소위 높으신 분들은 예외였는데
이들은 평일 대낮 업무시간에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곤 했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신문에는 사장이나 회장이 어설프게 김치를 만드는 장면이라던가 어르신에게 삼계탕을 드리는 사진이 실리곤 했다
필자는 이런 상황이 불합리하며 노동법에 충분히 저촉될만하다고 생각해서 노무사에게 상담을 받아 평가와 연동된 형태의 주말에 원하지 않는 자원봉사라면 이는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필자도 힘없는 대부분의 직원들과 마찬가지였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원봉사가 아닌 자원봉사를 귀중한 주말 시간을 희생해가며 참여해야 했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자 회사에선 이와 같은 개인별 봉사활동 권장시간을 슬그머니 없애버렸다
00카드가 얼마나 임직원을 동원한 주말 봉사활동에 집착했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소위 회사의 가치를 잘 실현한 직원을 선발한다는 00 웨이상이 그것인데 지금은 그저 누가 포장을 더 잘했나 그리고 누가 더 많은 직원의 표를 모으나 식의 인기투표로 전락했지만,
문제는 처음에 시발탄으로 수여해야 할 사람을 정하는 거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수상한 사람은 다름 아닌 주로 전사의 주말 강제 봉사활동을 담당하는 사회공헌 담당자였는데 과연 그 담당자가 어떤 회사의 가치를 실현한 걸까? 단순히 주말에 나와서 일한다는 게 높으신 분들에게 좋게 보였던 것이리라 추측해 볼 뿐이다
일반적인 상식에 의하면 소매치기를 격투 끝에 검거한 시민이라던가 물에 빠져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낸 의인 즉,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하지 못할 행동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게 맞을 것이다
주말마다 직원들 공짜로 강제 동원해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게 회사 입장에선 대단한 행동으로 보였나 보다
주인의식 함양을 위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매년 성과급의 절반은 항상 00금융지주의 우리 사주로 받아야 했고(회사에서 추가로 주거나 할인해 주는 게 아니다! 내 돈으로 시가에 사는 것이다) 월급여 공제형 우리 사주 취득을 권유했으며 유상증자 시에는 적극적인 참여를 권했다 그렇지만 코스피가 3천을 돌파한 현재 시점(2021년 1월)에 00 금융지주는 대략 7~8년 전의 주가로 나 홀로 퇴보한 지 오래다
우리 사주조합 임원진은 주로 어용노조 또는 인사팀 출신 직원들이 맡는다 즉, 직원들의 지분을 모아 경영진의 주요 우호지분을 구성할 뿐이다 임직원의 재산형성에 기여하라는 본래 취지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손쉽게 늘릴 수 있는 점이 아마도 우리 사주 취득을 권유하는 이유라고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다
우리 사주조합원의 지위에 퇴직여부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현재까지 퇴직자 중에 우리 사주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람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또한 회사 관리 편의에 의한 것이리라 추측해 볼 뿐이다
00카드가 직원들을 대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특별히 나쁜 편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00카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임직원들을 최대한 부려먹은 것뿐이다
속된 말로 하면 뽕을 뽑은 것이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자 임직원 주말 강제동원과 강제 봉사활동 대해서 수당을 요구하거나 실정법상 저촉될 우려가 보인다고 판단하여 슬그머니 없앤 것은 그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지금도 00카드는 다른 대한민국 회사와 마찬가지로 임직원을 최대한 부려먹기 위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또 필자처럼 주인의식이 없는 직원을 어떻게든 색출해서 불이익을 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을 것이다 회사 일이 아무리 재밌고 그로 인해 돈을 많이 받는다 해도(만약 그렇다면 부러울 따름이다)
회사 일이 나의 일이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미국에서 도시락 사업으로 성공한 K사업가는 폭우나 폭설이 오면 직원들에게 얼른 퇴근하라고 지시한다고 한다 얼른 가서 걱정하고 있는 다른 가족들도 안심시키고 나머지 가족들도 돌보라고 한다고 한다
직원에게 회사는 어쩌면 그저 생계수단이자 삶이 일부일 뿐이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00카드에서 주인의식을 강조하면서 했던 이야기는 재미있게도 정확하게 위 이야기와는 반대되는 이야기였다
홍수가 나서 물이 무릎까지 차는 와중에도 00은행에서는 물난리 속에서 교통편이 두절되자 아침부터 걸어서 점심때쯤에 겨우 00은행00지점에 출근한 직원이 있었다면서 참으로 훌륭한 직원이지 않냐라는 식이었다
상식적으로 그 정도로 물난리가 났으면 내 집과 가족부터 돌봐야 하는 게 아닌가?
내 집은 물에 다 떠내려가도 회사 출근이 먼저라는 의미인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이(생산수단이 몸뚱이밖에 없기에)
회사에 출근해서 8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팔아 월급을 사는 월급노예다
그렇지만 돈을 왜 버는지 다시 근원적인 질문을 해보자
우리는 행복하게 살려고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 자체가 회사에 메어 있다면 단순 월급노예에 그치지 않고
문자 그대로 회사의 노예다(회사 입장에선 주인의식이 충실한 직원이 된다)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귀중한 내 시간을 회사에 갖다 바치는 것도 아까운 마당인데 주말과 휴일이며
고귀한 정신까지 회사에 팔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부디 아무쪼록 자발적인 노예가 되지 말자
일부 너무나도 자발적이고 습관화된 노예들이 왜 노예질을 제대로 하지 않냐고 따지면 쿨하게 무시하고
영화 <친절한 금자 씨>의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라고 맞받아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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