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평범 Apr 15. 2024

술과 담배를 금지당한 남자

CHAPTER.02의 시작?

하루의 안 좋은 기분을 결정짓는데 결과가 안 좋은 건강검진보다 확실한 게 있을까요?

 

 그 날이 그랬다.

긴 시간동안 말썽이었던 장기 때문에 간경화 위험군으로 경고받았기에..사실 장기가 말썽이었던 게 아니라 건강을 담보로 카지노에서 너무 재밌게 놀았던 나 때문이라고 정정하는 것이 맞다. 상술한 것처럼 나의 간을 오랜시간 혹사시키는 동안 의사에게 금주 권고를 받고 따른 적은 많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호전되면 다시 술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버텼으니 뻔한 시나리오일 수 밖에 하하! 그런데 이번 건강검진 결과로 단주를 결심한 뒤 지켜오고 있다. 술이란 나에게 큰 재미거리였지만 이젠 정반대로 발암물질로 만든 장난감이 되어버린 판에, 노심초사하며 한 잔씩 스트레스를 들이키는 건 간성뇌증으로 지능이 개박살 난 게 아니라면 당연히 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허허. 담배도 기관지 문제로 끊게된 이후 술까지 금지 당하게 되니 거울 속 눈에는 영혼이 없었다.


 

 근데 CHAPTER.02로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추구하는 가치들 중 하나가 '순수재미'인데 '술과 담배로 즐기는 재미는 여기에서 마무리 짓고 다른 재미를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쳤다. 실제로도 그런 것이 여가시간을 음주가무로 채워살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취미들이 많았기에 그동안 흐릿했던 것들이 선명해지는 요즘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음악을 배우고 싶어 원데이클래스를 예약하고 카메라을 들고 밖을 나서는 일상에서 새로운 '순수재미'들이 느껴진다! 심지어 그동안 싫어했던 여행도 가고 싶을 정도로 나의 시선과 관점이 바뀐 것 같다. 글솜씨가 늘도록 고민 후 굳이 비유하자면 술이 너무 채도 높은 강렬한 색(色)이라 다른 색들이 뭍혔었다.


 무(無)조건적으로 술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

조절과 절제 능력 그리고 건강에 무리가 안 가는 사람들에게 대체 왜 절주, 금주 설교할 필요할까. 내가 못 먹는다고 꼬장부리는 게 아니라면 왜.. 대체로 인간이 즐기는 여행, 예술, 스포츠에 비해 음주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난이도에서 합리적이며 특히!! 맥락에 조금 벗어날지 모르겠지만 술 먹으면서 웃고 울고 떠드는게 살을 맞대고 살아간다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반증에 술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술과 사람, 정말 사랑했다.

술 좋아하는 오랜친구와 약속이란 간헐적으로 걱정되는 건강문제만 빼면, 매번 설렜습니다.

맛집 대-충 정해 찾아가서 담백한 음식에 술 곁들이며 대충 만족하고. 좋은 기분으로 나와 그 동네에서 걷다가 느낌대로 끌리는 안주집에서 살짝 느끼한 안주들과 한 잔 더 먹고. 그렇게 얘기하면서 한참 웃다가 분위기 처질 때 쯤 꼭 얘기하는 단골 동네술집 안주 칭찬에 예정에 없던 3차 확정! 문 열고 들어가면 항상 반겨주시는 사장님들과 스몰토크 후 아까 줄곧 칭찬했던 그 메뉴 또 시키기. 변함없는 맛에 감탄하며 연거푸 짠-짠-짠. 이쯤되면 집에 들어갈 시간도 애매하니까 마침 딱 생각나는 그 포장마차, 머릿고기 잡내없이 바삭하게 구워주시는, 제정신으론 뵌 적 없는 사장님이 계신 그 가게로 가서 시킨 소주는 다 먹지도 못하면서 분위기로 마무리하던 때가 있었다.


이야~ 술 먹을 때 참 재밌었구나.

이 기억들은 오랫동안 안 잊혀지고 더 미화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PERSONA'L BRANDING: BRUNCHI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