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2 국제관계 관점으로 본 한류
문화전쟁의 대두
지정학의 개념이 확장되어 전통적인 정치 경제학에서 문화와 마음의 영토까지 아우르게 됨과 마찬가지로 국가간의 전쟁 양상 또한 역사 발전에 따라 변하고 있다. 고대및 중세까지는 실제적인 국토 침략, 자원 탈취, 식민지배 등 직접적인 인명 살상의 전쟁의 양상이었다면, 현대에 들어서 국제 무역관행이 정립되면서는 국가간의 치열한 무역전쟁으로 바뀌었고, 현재는 문화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외중 우리는 의도치 않게 한류라는 큰 무기를 가지게 되었는데, 우리는 아직 한류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하지 못한 채로, 그 어머어마한 영향력을 국제 정치적, 세계경영적 시각으로 적절히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정부 프로파간다 형식으로 k pop 특정 그룹의 성과에 숟가락 얹고 그것을 즐기고 누린 것이 굳아 찾아보자면 최근 정부의 한류 이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류 문제는 어머어마한 함의가 담겨있고, 그 일이 우리 손에서 '바로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이것의 함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우리 자신도, 주변 국가 일본도 북한도 아니고 중국이라는 점이다. 한류라는 용어도 중국 언론에 의해 생성되었고, 그 가치와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공산당 정부가 한한령을 발동하고, 한국 문화 공식적 유입을 철저히 막는 동시에 동북공정, 역사 공정, 김치 공정, 한복 공정 등을 통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공작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아 한류가 위험한 것은 한류가 중국은 물론, 북한까지 한큐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핵폭탄급 문화현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제 경영적 의미에서 한류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고, 미국 국내 정치와 세계경영세력과 할리우드 연예산업의 암묵적인 합의와 명확한 의도 하에 한류 글로발라이제이션으로 중국 고립 전략 및 대중 문화 우위 굳히기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지금 한류를 세계경영적으로 200%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고, 그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미국의 전략은 한국을 장기판의 킹으로 사용, 일본 동남아, 인도, 중동까지 범 아시아를 한국콘텐츠와 한국 문화로 통일하고, 중국을 에워싸, 중국을 문화적으로 고립시키고 점점 한국이 상징하는 자유와 인본, 이타주의, 인류보편의 가치 아래에 중국을 가두어 중국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중화주의, 중국 최고, 중국 중심의 이기적인 가치관을 깨부수는 것이다.
한국이 고래로부터 가지고 있는 글로벌한 인본주의 가치관에 미국이 100여년에 걸쳐 한국에 힘들게 이식해놓은 개인중심, 자유, 창의와 혁신의 가치를 아주 재미나고, 세련되고, 흠모하고 따르고 싶게 되는 한류 콘텐츠의 상품성으로 포장하여 중국에 가랑비에 옷젖듯 퍼뜨리고 침투시키는 것이다. 이런 트로이의 목마 전략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류를 우연히 빵 터뜨렸지만, 현재로서는 빡세게 고생해서 문화상품을 만들어내는 처지이기만 하다. 우리 한류상품의 국제협상력은 이제 막 힘을 얻고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그 문화 상품의 전략적인 사용은 미국이 하고 있다.
은밀한 침투
중국도 이를 가만 두고보고 있지만은 않다. 중국계 자본의 한국 드라마 영화 엔터테인먼트 침투는 지난해 큰 논란이 된 드라마 ‘철인왕후’나 ‘조선구마사’ 정도가 아니다. 그 훨씬 이전부터 알게모르게 시작되어 왔다. 2001년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가 범아시아권에서 어마어마한 히트를 치자, 2004년 그 프리퀄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와 2016년 그 시퀄 ‘엽기적인 그녀 2’ 가 만들어졌다. 그때는 크게 표가 나지 않았지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는 홍콩 자본이, 엽기적인 그녀 2에는 중국 자본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영화 작품에는 돈을 대는 자본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영화는 공산당의 정치적인 영향력, 프로파간다가 절대적이고, 홍콩 영화도 홍콩 특유의 문법과 스타일리쉬가 있고, 일본영화에도 일본 특유의 직업정신, 집단주의, 성실한 회사인간이란 프로파간다가 존재한다. 할리우드도 거대 자본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차라리 우리나라 영화계가 영화감독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도록 허용하는 점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지금 다시 보면 '여친소'는 한국 영화답기 보다는 몹시 홍콩 영화답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여자 경찰이 주인공이며, (우리 여경은 알다시피 긴머리를 뒤로 틀어 모아 머리망을 씌운 머리모양이다)한국에는 금지된 총격신이 무수히 등장하는 등, 홍콩 경찰 영화와 그 비극적 운명의 로맨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렇듯 전에는 중국자본의 침투가 티가 나지 않았고, 그것이 스토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데, 최근작 특히 '조선구마사'에서는 역사를 비틀어본다는 미명하게 대놓고 우리 역사와 역사적 인물을 특히 우리가 존경하는 세종대왕을 왜곡하고, 희화화하는 시도를 했고, '쳘인왕후' 또한 재미있기는 했지만, 조선 철종을 모욕적으로 그리고 있기에 국민들의 반중감정을 격렬하게 건드린 것 뿐이다.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대히트 드라마 ‘태양의 후예’ 또한 KBS에서 방영을 했을 지언정, 중국 회사 탄센트가 투자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지 않게 드라마의 개연성도 떨어지고, 여타 한국 드라마보다 유치한 구석이 많이 보였는데, 작품의 수준은 주요 관객들의 취향과 돈을 대는 제작사의 구미와 주 시청자 수준과 비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청자들 중에는 유치하다는 평도 적지 않았는데, 중국에서는 역대급으로 인기를 얻고, 송중기와 송혜교의 러브 스토리, 일거수일투족까지 중국 연예매체들의 열광적인 취재대상이 된 것을 보면 태양의 후예는 겉으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일 지언정 실제 주요 향유자들은 중국인이었던듯하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우리 경제 침투가 일반 시민들의 피부에도 느껴질만큼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 자본이 이미 엄청나게 침투한 제주도 뿐 아니라 서울 시내 중심가에도 중국 자본으로 세워진 중국인 관광객들만 주로 받는 호텔들이 존재하고, 중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대림동을 비롯한 서울 서부 일대 뿐 아니다. 강남 한복판의 초고가 아파트를 구매하고, 실제 거주하는 중국인 가족들을 횡단보도에서 산책길에서 동네 백화점 매장에서 심심찮게 만난 적이 있다. (머니투데이 2019.10.31. 외국인, 최근 5년간 서울 집 1만채 샀다,외국인 매수 비율 1.11% 용산 2등 마용성, 평균 웃돌아) 시중은행 PB들의 증언에 따르면 반포 아파트 분양 물량의 20-30%는 중국인이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한다. 중국의 우리 경제 침투는 중국의 인해전술만큼이나 두렵다. 중국은 한국 문화의 광범위한 인기로 인한 한국문화 침투를 두려워하지만, 우리 또한 우리가 아무리 속도전에 강하다한들 중국경제의 거대한 규모에 먹히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비판적 냉철한 인식을 갖고 관계를 정립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산주의 장막 뒤로 좌우 냉전시대에 교류가 원천 차단되었던 1950년부터 1990년대 40여년을 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는중국의 영향 아래, 결코 좋다고만 말할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웃끼리 좋은 외교 관계를 갖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웃과의 선린이라는 외교적 목표와는 별개로, 오천년 우리 역사에 끼친 과거 중국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명확히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5000년의 가치전쟁
비옥한 거대 강 주변에서 농경으로 정착해서 문명을 이루었다는 것이 문명기원의 정설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의 연구를 보면 중국대륙에서 우연히 농경이 최초로 시작되었고,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한 것도 역시 중국 대륙이라 한다. 급작스런 농업혁명으로 인구가 증가하면서 강력한 중앙집권제, 즉 천하통일, 강력한 통일국가, 제국을 탄생시켰다는 것을 중국인들은 자랑으로 생각한다. 진시황제를 '하나의 중국'을 만든 최초의 인물이라며 추앙을 하는 것이다.
필자는 기마민족인 우리가 농경민족 중국의 성공비결을 답습한 것이 조선의 실패원인이라고 앞장에서 전술한 바 있다. 유목적 유전자-스피드, 교역, 교류- 등 한국인의 유전자에 내재된 우수한 특성을 너무 쉽게 버리고 자진 투항, 농업에 한정지은 것이 한국인의 활달성을 지워버리고 안이하게 퇴보하게 만든 원인이다.
그리고 이런 한민족의 국제성과 국제감각은 고구려와 백제, 신라, 가야, 발해 등의 고대국가는 물론, 고려의 역사까지는 이어졌는데, 우리의 역량을 스스로 한정짓고, '맹목적인 중국 따라하기'로 우리 민족의 유목적 DNA를 농업과 교조적 유교 속에 억지로 가두어버린 조선은 우리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보면 정통이 아니라 오히려 이단적인 존재이며, 전략적 실패자다. 비유하자면, 호랑이에게 토끼가 되어 풀 뜯어 먹고 살라고 한 것이고, 호랑이가 그나마 기초 체력이 강하니까 극심한 체제모순에도 불구하고, 오백년을 버텨낸 것이다. 요약컨대, 우리는 중국인들과의 가치전쟁에서 최근세사 500년 동안 패배해 온 것이다. 그리고 최근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자 그 가치전쟁에서의 패배를 잊고, 또다시 중국 본위의 패배적 역사로 회귀하려고 하는 것이다.
누가 아시아의 가치를 보존했는가
고대 로마를 만든 라틴족과 현대 이탈리아 민족은 민족도 다르고, 역사 구성 성분 다르듯이 고대 중국과 현대 중국의 연결성에도 우리는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현대 중국은 현대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과거 그들 제국의 영광과 문화 계승을 하지 못했다.
중국이 그렇게나 자랑하는 동양문화의 원류, 유교적 정신문화 등은 그들 스스로 공산혁명, 홍위병들의 문화혁명 등의 현대사 굴곡을 헤쳐오며 완전히 파괴해버려 그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며, 동양의 정신문화는 현재 중국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에 잘 보존되어 있다. 중국의 학자들이 과거 문헌을 연구하려 하여도 전혀 남아 있지가 않아 오히려 조선의 기록을 참조해야 한다는 실정이라 들었다.
그리고 이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를 통합하여 전 세계에 매력적인 문화상품으로 내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국가는 바로 다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인 것이다.
중국은 우리의 고구려 역사, 백제 역사는 물론, 우리 항일독립운동역사도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고, 윤동주 등 우리의 시인도 조선족이라며 중국인으로 빼앗으려 한다. 그들이 동북공정으로 역사왜곡 및 역사가치 재발굴을 계속한다면 우리 또한 우리 역사 중에서 진취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발굴, 중국의 영향력을 극복하는 역동북공정을 해야할 생각을 해야 한다. 중국의 크기에 짓눌려 중국에 빌붙을 생각보다는 고래 동양의 정신문화를 잘 보전해온 바탕에 서구의 문화를 잘 소화 이식 성공한 우리의 노하우와 장점을 바탕으로 역사의 신 지평을 열어가야 할 생각을 해야 한다.
시스템을 짤 수 있는 능력
중국이 중화 이기주의 즉, 오만과 이기심 외에는 그들만의 가치, 밸류가 없다고, 또는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안심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대륙을 호령하고 제국을 경영해본 노하우와 솜씨가 있기 때문에 거대한 시스템을 짜고, 표준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뒤늦게 뛰어든 플랫폼 전쟁에서 tik tok 이라는 유행 플랫폼을 만들어낸 것을 보라.
우리는 시스템을 짤 수 있는 능력은 있었으나 가치의 우위를 점하는 데 있어 뼈아프게 실패했고, 시스템 또한 정교하나 소규모 시스템이었고, 생존을 목표로 했고, 주인의식이 없었다. 조선시대를 예로 들면 비록 중국의 영향 아래에서의 국가 운영시스템이나, 당시 수준으로 볼 때 타 국가와 비교해서도 국가 체계가 매우 정교했고, 그 결과 우리 민족의 한정된 생존이라는 목표는 성취할 수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경제적 성과와 번영 문화적 융성을 바탕으로 국제관계를 고려한 큰 시스템, 주인의식을 가진, 최소한 아시아를 아우르는 큰 시스템을 짜야 한다.
평균적인 중국인들은 우리를 선진국으로 인식한다. 2002년 필자가 미국 대학에서 연수중일 때 경험을 들어본다. 국제적 유명세가 있는 중국계 교수가 발표할 때, 한국과 일본의 예를 들면서 중국이 한국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고 발표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비록 수교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긴 하지만 우리에게 중국은 늘 크기로 압박감이 느껴오는 나라였고, 사실 그때까진 그다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현재처럼 밀접하게 얽혀있는 관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점차 폭발적으로 중국 유학이 늘고 중국과 비즈니스를 위해 마치 기회의 땅인양 중국으로 떠나는 한국인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시기이긴 했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 유착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저렇게까지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이 바람직한가 겁이 날 정도였다.
우리는 큰 시스템의 변화에 빠르고, 새로운 시스템에의 적응력, 응용력, 융통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이제는 시스템을 짜는 것 뿐 아니라 시스템을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주인의식과 국제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과 상반되는 가치를 가진 주변 국가와의 가치 전쟁을 여하히 마무리 하느냐가 대한민국 주체성 정체성 및 미래가 걸린 일이다.
가치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게 있지만, 앞으로 과거 우리 역사 속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발굴하고 키워내고 잘 가꾸어 우리만의 브랜드화를 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몫이다. 우리 고유의 정신 가치, 의(義), 선비 정신 등을 우리만의 브랜드로 정당화하고 이용하려면, 시대에 맞게 적절히 수정을 가해야 한다. 근본적인 가치를 간직한 채 시대 변화를 수용하여 재해석, 재발굴하는 것은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발전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