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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소녀 Aug 13. 2024

할아버지의 장례식

예지몽#4

우리 친가 쪽은 참 식구가 많다.


할아버지, 할머니, 장남인 우리 아빠 그 밑으로 작은 아빠 세분, 그리고 막내인 고모,


각각 배우자와 자녀들 그리고 그 자녀들의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대략 40명은 되는 거 같다.


그래서 한 명도 빠짐없이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올해 93세가 되셨던 우리 할아버지께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고 이틀 후 아침 7시경에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이른 시간에 온 전화..

불길한 예감에 떨리는 손으로 받은 전화

너머에서,


‘할아버지 돌아가셨어..’


하며 흐느끼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병원에서 힘겹게 버티고 계신 모습을 봤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떠나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는 이 상황이 바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처음 겪기에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이 낯설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께서 곧 떠나실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 같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꾼 꿈 때문이다.




꿈에서 나는 어떤 넓은 공터에 있었다.


흙바닥인 넓은 운동장 같은 곳이었던 거 같다.


여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는데

모두 우리 친가 쪽 식구들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우리

할아버지께서 웬일인지 지팡이도 없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계셨다.


돌아가시기 전의 쇠약한 그런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건강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


할아버지께서 입고 계신 한복은 명절 때면 항상

입으시는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한복이었다.


할아버지는 유독 어린아이들 주변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이 꿈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 주었는데

곧 돌아가시려나 보다고 엄마는 말했다.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마주한

할아버지의 영정사진.


사진 속의 할아버지는 내 꿈속에서와 같은 그 한복을 입고 계셨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마지막 날.


화장한 유골을 자연장지에 묻고,


각자 집으로 가기 전 인사를 나누다가 사촌 동생이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외쳤다.


‘자~ 다들 여기 보세요~!’


찰칵!


그렇게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마무리가 되었다.


계속해서 슬픔이 가시질 않았는데 이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사촌들은 단톡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촌동생이 자연장지에서 찍은 가족들 거의 다가

나온 사진을 몇 장 올렸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탄성을 지르며 곧바로

깨닫게 되었다.


‘아! 그때 그 꿈이 바로 이거였어.. 꿈에서 가족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그 주위를 맴돌고 계셨던 할아버지..

자연장지에서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곁에 계셨구나..‘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그래서 그렇게 아이들곁에서 맴도셨나 보다.


단톡방에서 사촌들에게 이 꿈이야기를 해주면서

슬프면서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열명가량이나 되는 손주들 하나하나 예뻐해 주시고

뭐 하나 더 챙겨주시려고 하셨던 우리 할아버지셨다.


생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또 한 번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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