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5
이번 글에서는 꿈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동안
허심탄회하게 말하지 못했던 나의 과거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한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현재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혼자 키워오며 수많은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그보다 결혼생활을 할 때가 몇 배는 더 힘들었던
거 같다.
어린 나이에 돈 한 푼 없이 원룸에서 시작한 결혼생활
이었다.
두 아이를 낳는 동안 나는 만삭 때까지 일을 했고
출산 후에도 몸조리는커녕 한두 달 후부터 또 일을
나가야만 했다.
주변에서는 극구 말렸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활이 유지가 안되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혼생활 중 수시로 바뀐 전남편의 직업들..
그중 하나가 택배기사이다.
전남편이 택배기사를 할 때 나는 새벽부터 일을 나가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을 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곧바로 전남편의 택배 배달지로 찾아가 밤늦게까지 택배일을 함께 도왔다.
세 살 첫째 아이와 갓 돌이 지난 작은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거 같다.
30살.. 어린 나이의 열정이었던가..
힘들어도 내가 좀 더 힘쓰면 우리 가족의 생활이
나아질 거란 기대로 버텨낸 시간들이었다.
이런 생활이 매일 반복되던 중 나는 어떤 꿈을
꾸게 된다.
꿈에서 나는 절벽 위에 있었다.
절벽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그런데 이 절벽 끝에 남편과 택배차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남편이 택배차에 타서 매달려 있는 게 아니라
손으로 절벽을 잡고 겨우 버티고 있는 모습.
그 옆에 택배차도 떨어질 듯 말 듯 겨우 매달려 있었다.
나는 이들을 끌어올려 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괴력으로 이 둘을 절벽 위로 끌어올려
주었더니 남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꿈을 꾸고 난 다음 날도 나는 어김없이 택배 일을
도왔다.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배달장소에 도착하면 내려서
각자 택배를 전달해 주고 온다.
남편의 담당 구역은 좁은 골목과 경사가 많은
달동네 같은 곳이어서 웬만한 운전실력으로는
힘든 곳이었다.
언덕길에서 후진을 하던 중 갑자기 차가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차는 헛바퀴만 돌뿐 꼼짝을 하지
못했다.
차에서 내려서 보니 뒷바퀴 하나가 배수로 같은 곳에
빠져 있었다.
손쓸 방법이 없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차를
빼낼 수밖에 없었다.
이 일 때문에 시간도 많이 지체해서 유난히 고된 날
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이 일을 겪으며 전날 밤 꿈이 떠올랐다.
절벽에 매달린 남편과 택배차..
내가 옆에 있어서 그나마 이 정도로 가볍게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힘든 나날 중에 한 번씩 나를 찾아오는 이런
소소하면서도 신기한 일들이 인생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나를 버티게 해 주는 것 같다.
그 당시 괴롭고 힘들게 느껴진 모든 일들은 다 내 선택에 따른 결과 일뿐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일들이었을 것이다.
1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때를 교훈 삼아 현재를
살아가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