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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Mar 11. 2024

셀프 전성시대! 화장실 줄눈 셀프 시공으로 돈 아끼기

셀프 바, 셀프 사진관, 셀프 세차, 셀프 빨래방, 셀프 염색 등 셀프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물가가 높은 나라에서는 웬만한 간단한 수리 정도는 업자를 부르지 않고 혼자 해결한다고 한다. 재료비보다 인건비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면 스스로 배워 해결하는 식이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셀프 시공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상이 보였다. 바로 화장실 줄눈 시공이다. 이사하기 전에 입주 청소와 화장실 줄눈 정도는 기본으로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셀프 노동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마침 친정에 놀러 갔다가 화장실 줄눈 시공을 친정어머니께서 직접 하신 결과물을 보았는데 나름 괜찮았다. 친정엄마도 할 수 있으면 나도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재료비는 싼데 또 엄청 특별한 기술까지는 요구하지 않는 듯 보였으며 다른 사람들이 시도를 해서 성공한 데이터가 있어서 망설임 없이 도전할 용기가 일어났다.

자린고비 남편은 자칭 자신은 똥손이니 나보고 해보라고 한다. 어머님 닮아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 아닌 논리로 나를 유혹했고 나는 결행했다.

그래! 해보는 거야!

조금만 움직이면 20만 원을 아낄 수 있으니까!
(화장실 한 곳에 줄눈 시공 가격이 20~30만 원 정도 했다)

1. 유튜브로 기술 익히기

유튜브 줄눈 시공 영상을 찾아 반나절 정도 시간을 투자해 공부했다. 재료 사용 방법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었지만, 큰 틀은 비슷했다. 역시 아는 게 힘이다. 공부하고 나니 혼자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줄눈 시공 전 때가 낀 타일


줄눈 시공을 하지 않은 타일 틈새는 때가 잘 탄다. 평소에 칫솔로 빡빡 문질러 청소하는데 줄눈 시공을 하면 이제는 칫솔질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루 정도는 사서 고생을 해도 평생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선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타일 틈새까지 물이 잘 마를 수 있게 이틀간 화장실 사용을 자제했다. 화장실이 두 개라서 이 부분은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건조할 수 있었다. 물이 잘 마르지 않으면 나중에 시공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2. 백색 시멘트 제거하기

타일과 타일 사이에 있는 하얀 시멘트 제거가 첫 번째 나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고정형 타일 줄눈 제거기라는 공구를 구매했다.




역시 일은 장비 빨 이다. 타일 사이에 있는 백색 시멘트가 잘 벗겨져 나온다.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된 날을 타일 사이에 넣고 긁어내면 된다. 한두 번은 신나게 긁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팔이 아파진다.



장비를 좌로 우로 각도를 잘 잡아당겨서 최대한 깔끔하게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힘 조절 실패로 타일이 깨지고 말았다!! 아 불상사!!


앗 나의 실수! 남편에게는 비밀!

특히 타일이 만나는 곳을 긁어낼 때는 힘을 빼고 살살 지나가야 한다. 타일들도 서로 높이가 똑같지 않아서 이렇게 타일이 깨질 수도 있다. 크게 깨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유튜브 영상에서 타일이 깨질 수 있으니, 타일이 만나는 곳을 지날 때는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구나 싶었다.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했다.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직접 피부로 체험해야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실감했다.

시멘트는 잘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남은 가루들은 청소기로 빨아들였다. 시멘트 가루는 하수구로 버리면 절대 안 될 것 같았다. 가루가 물을 만나니 시멘트 반죽으로 되돌아갔다. 하수구로 들어가 굳으면 배관을 막을 듯했다. 시멘트가 윤회하면 큰일이니 잘 쓸어 쓰레기통으로 모셨다.


3. 마스킹 테이프 붙이기

줄눈 시공제가 옆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초보자들은 타일에 테이프를 발라 놓고 안전하게 작업하는 영상을 보았다. 나도 처음이라 실수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테이프를 붙였는데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앵순이가 응원해 주었다


허리를 숙이고 2시간가량 붙이고 나니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다. 마지막에는 화장실 바닥에 퍼질러 앉아 붙였다. 더럽게만 여겨졌던 화장실 바닥이 이렇게 편하고 아늑할 줄이야!

이때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올라오는 고비였다. 만약 다음번에 다시 한다면 테이프 붙이는 과정은 생략할 것 같다. 힘들기만 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크게 액체가 밖으로 흐르거나 하지 않았다. 마스킹 테이프로 해야 하는데, 서랍에, 눈에 잘 보이는 노란 박스 테이프가 있어 사용했다가 떼는데 혼났다. 잘 떨어지지 않아서 고생했다. 이런 걸 '사서 생고생'이라고 한다.


4. 줄눈 채우기



용액을 골고루 섞어서 줄눈을 만들어 주었다. 테이프는 바로 떼어줘야 하는데 조금 늦게 떼었더니 벌써 굳고 있었다. 2시간 정도만 지나면 단단하게 굳는다. 펄이 들어간 하얀 줄눈 시공제를 사용했더니 화장실이 더 화사해졌다.



5. 말과 언어는 모든 기술을 담아내지 못한다.


제(齊) 나라 환공(桓公)이 책을 읽고 있는데 윤편(輪扁)이라는 수레 공이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 읽고 계신 것은 무엇입니까?"


"성인의 말씀이다."


"그 성인은 살아 계십니까?"


"이미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대왕께서 지금 읽고 계신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환공은 화를 냈다. 수레바퀴나 만드는 노인이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치에 맞는 설명을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윤편이 이렇게 대답했다.


"평소 하는 일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굴대가 헐거워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굴러가지 않으니 더도 덜도 아니게 정확하게 깎는 것은 손짐작과 마음으로 느낄 뿐,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바로 그사이에 비결이 존재합니다. ...(중략)... 옛 성인도 핵심적인 깨달음은 책에 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러니 왕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줄눈 시공을 하면서 바퀴 깎는 노인의 이야기가 자꾸 떠올랐다. 반나절을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부했는데 말로 들은 설명과 직접 손으로 해보는 기술 사이는 서울과 부산 거리만큼 멀었다. 언어의 한계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



좌충우돌 힘들게 셀프 줄눈 시공을 했지만 다 하고 나니 뿌듯한 느낌은 있다. 언제 이런 기술을 배워 보겠는가. 특별한 경험을 통해 특별한 손기술 하나를 익혔다. 물론 화장실을 버릴 뻔했지만 말이다.



기술은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연마하는 것이다!



돈으로 연마된 기술을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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