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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Apr 09. 2024

앵무새 독신 생활에 대하여

앵순이, 엄마될 기회는 나중에

쌍둥이 아들에 남편까지 남자만 셋! 더 이상 이 집에 수컷은 입장 금지! 반려동물만큼은 암컷을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외관상 성별 구분이 되지만 새는 신체 구조만으로는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 없다. 꽁지깃을 뽑아 유전자 검사를 해야만 성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앵순이는 암컷임을 확인받고  입양했다.


그렇게 한 지붕 새 가족으로 함께 살기 시작한 앵순이가 몇 달 뒤면 나이가 3살이 된다. 한창 번식하고 알도 낳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물론 수컷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가족들의 고민도 시작됐다. 앵순이를 시집보낼 것인가 혼자 살게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결론은 가족들 모두 앵순이의 솔로 삶을 지지하기로 했다. 솔로 삶을 지지하는 이유는 아들, 남편, 엄마가 서로 달랐지만 결론은 모두 외동으로 키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아이들이 앵순이의 솔로생활을 지지한 이유는 새끼를 낳아 키우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키우는 과정을 톺아보니 시간과 힘, 정성 그리고 돈까지 많은 것을 희생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들이 철이 좀 들었다. 이제야 부모의 고생이 눈에 들어오나 보다. 그뿐만 아니라 육아하는 다른 새들의 소식과 사진을 보니 힘들어서 털도 빠지고 알 품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모습을 보고는 알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작고 귀여운 앵순이가 엄마 노릇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아이들은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새끼도 귀엽지만 앵순이가 더 소중하기에.


아빠는 앵무새 두 마리를 키우게 되면 새 파우더, 새똥이 2배가 될 것임을 두려워했다. 지금은 새 한 마리에 사람이 넷이라 나름 집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래도 외부에서 손님이 집에 온다고 하면 각종 모서리나 땅바닥에 떨어진 똥의 흔적을 찾느라 온 가족이 동원된다. 사람 사는 집에 똥 자국이 흥건하면 이미지 실추다. 특히 부모님이 오시면 잔소리를 주야장천 어놓으실 것이기에 더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만약 앵무새가 한 마리 늘면 청소일은 2배 더 늘어날 것이기에 남편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새로운 새(鳥) 가족 입양을 반대했다.


엄마의 걱정은 앵무새 한 마리 더 늘어서 생기는 걱정이 아니다.  앵순이가 새끼를 낳게 된다면 같이 육조(育鳥)를 해야 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새끼를 낳으면 2~3주는 어미 새가 직접 키우지만, 그 이상은 사람이 어미 새와 새끼를 분리하여 직접 이유식을 먹이며 키워야 한다. 어릴 때 사람 손을 타야 사람과 함께 잘 어울려 사는 앵무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앵무새 조기교육은 사람이 도맡아 해야 한다. 그런데 맞벌이 부부라 집에 계속 머물면서 앵순이 뒷바라지를 해 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일진대 앵무새 새끼들을 어떻게 기른단 말인가! 


앵무새가 알을 낳아 부화까지 경험한 앵집사들은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기도 하고 털 하나 없이 태어난 아기새들이 나날이 커가는 모습에 즐거워하기도 했다. 새끼 욕심은 나지만 집사들이 아직 새끼를 낳아 키울 여건이 안된다.


 출산을 하 걱정되는 점이 있다. 여자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신체 변화에서부터 마음가짐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많은 희생이 필요한 일이다. 앵순이 만큼은 종족번식의 중력장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마음이다.


어깨 마사지 받는 앵순이


앵순이가 지금은 혼자 성질부릴 거 다 부리며 배려심 없는 외동으로 자라고 있지만, 외로운 순간이 오면 이성친구 말고 동성 친구는 한 마리 더 데려오고 싶다. 그러면 우리 집은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성비가 맞는 가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성 친구와 평생을 함께 사는 가족형태도 괜찮아 보이는 조합이다. 서로 가시깃 골라줄 친구만 있으면 외롭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정작 당사자인 앵순이의 마음이 중요한 것을. 날이 따뜻해지고 있으니 앵순이 사회성 훈련 겸 친구들과 만남을 위해 앵무새 카페나 한번 가봐야겠다. 앵순이가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지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겠다. 앵순이의 마음은 이성일까 동성일까.



*<개새육아> 매거진은 주 2회 발행합니다. 개이야기와 새이야기를 번갈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동물가족 이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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