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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생각 Apr 02. 2023

2편 : 타임캡슐이 있다면?

타임캡슐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본 적 있을 거다. 만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에게나 시간 여행을 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바로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초등학교 6학년 때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5학년 2학기 윤쌤의 첫 수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5학년 2학기 머리 짧은 어떤 남자 선생님이 오늘부터 새로 음악을 가르친다고 들어오셨다. 누가 봐도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이제 갓 제대한 군인 아저씨였다. 음악 수업을 하는데 시범으로 노랠 가르쳐주시는데 참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각했다. 근데 묘하게 끌리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1학기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내년에 만약 기회가 된다면 저 선생님이 내 담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윤쌤은 내 6학년 담임선생님이 되셨다.


윤쌤은 참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었다. 우리가 첫 제자여서 그랬나? 내가 6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 바로 선생님의 이런 열정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번개팅이라고 우릴 데리고 영화를 보여주시고 저녁을 사주셨다. 그리고 주말엔 1박 2일로 여수, 보령 등 여행을 데리고 다니셨다. 점심엔 같이 족구를 하셨고, 초등학생인 우리한테 누구보다 족구로 지기 싫어했다.(왜냐면 작년까지 군대에 있으면 족구만 했기 때문이다…ㅋㅋ) 또 금요일 밤엔 선생님 자취방으로 노트북 들고 모이라고 해서 선생님과 삼국지 게임을 밤새도록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이 같이 게임하자고 학생들을 부르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ㅋㅋㅋ)


선생님의 이런 열정 덕분에 난 그때 친구들과의 추억이 정말 많았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었던 것도 다 선생님의 이런 열정 덕분이었다. 아직도 여수에서 방바닥에 이불 펴고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나란히 누워서 이야기 나누던 그날 밤이 생각난다. 방바닥이 참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24살이 된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선생님이 내 담임선생님이었을 때 27살이었는데, 훗날 27살의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까?


누군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와 함께한 추억으로 돌아가고 싶게 할 수 있는, 그런 열정과 사랑이 나에게 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도 6학년 때 친구들을 만나면 선생님이야기를 한다. 선생님 그때 얼마나 할 거 없었으면 우리 데리고 놀았겠냐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따뜻한 사랑이었다.


정말 깊은 애정과 사랑이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나의 시간을 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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